눈앞은 여전히 낯설었다.
익숙했던 방은 흔적조차 없고, 대신 푸른빛 안개가 가득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기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알갱이들이 빛나며 흩날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떨리는 손끝을 바라보았다. 낯선 옷자락, 무게감 있는 장신구.
마치 게임 속 캐릭터를 빙의한 듯한 모습이었다.
“꿈…일 리 없지.”
손가락을 꼬집어 보았지만, 아픈 감각은 또렷했다.
그때, 정적을 깨는 소리가 울렸다.
― 딩, 딩…
허공에서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났고, 눈앞에 카드 한 장이 나타났다. 빛 속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카드.
카드의 앞면에는 황금빛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짧은 글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선택이 다가온다.”
곧이어 주위 풍경이 흔들리며 세 개의 길이 열렸다.
왼쪽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문, 가운데는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문, 오른쪽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문.
세 문 너머에서는 알 수 없는 바람이 새어 나왔다.
주인공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이게 단순한 환상이라면 그냥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밑에 느껴지는 감각과 심장의 박동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가짜라면 이렇게 두렵지 않을 거야….’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엉켜갔지만, 발끝은 점점 한 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가 등을 떠미는 것처럼. 아니면, 이미 선택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리고 순간, 종이 한 장이 바람에 날려와 주인공의 손에 안겼다.
낯익은 필체였다. 어제 지하철역 가챠에서 뽑힌 그 글씨체와 똑같았다.
“망설이지 마라. 네가 고른 길이 곧 너의 세계를 다시 쓸 것이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주인공은 종이를 꼭 쥐고, 마침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빛과 그림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발밑의 체감 온도가 급격히 변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