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은빛 문을 지나자,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일렁였다. 발밑의 바닥이 마치 액체처럼 흔들리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빛의 물결이 주름처럼 퍼졌다. 손끝에 닿는 공기는 차갑다가 뜨거워졌다가,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금속성 알갱이가 스쳐 지나갔다.
“이… 현실이 맞나?” 떨리는 목소리에 반응하듯, 뒤에서 익숙한 울림이 들렸다.
“맞아, 네 선택은 이미 시작됐어.”
주인공이 뒤를 돌아보자, 그림자처럼 생긴 또 다른 ‘자신’이 서 있었다. 얼굴은 똑같았지만, 눈빛은 냉정하게 반짝였다. 손가락을 들어, 주인공이 움직이는 방향을 정확히 가리켰다.
발걸음을 떼자, 공중에 떠 있던 카드가 휘어지며 은은한 글자가 나타났다.
“네 걸음마다 세계는 바뀐다. 멈추면 잃게 될 거야.”
주인공의 심장은 요동쳤다. 길 위의 바람이 속삭이듯, 머릿속 깊은 기억을 끌어냈다. 어린 시절의 설렘, 최근의 후회, 간절히 바랐던 꿈이 모두 빛과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오른손에 쥔 카드가 묵직하게 진동하며, 주인공의 선택이 바로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멈출 수 없어… 이미 이 길을 선택했어.’
한 걸음, 또 한 걸음. 주변의 빛과 그림자가 주인공을 휘감으며, 새로운 세계의 규칙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때, 그림자가 낮게 속삭였다.
“준비됐니? 이 세계는 네 의지로만 흐르지 않아.”
주인공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손에 쥔 카드를 꽉 쥐었다.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켠에서 묘한 기대가 차올랐다. 이제 진짜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