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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을 그리는가게

첫걸음, 서연의 선택

by 윤하루

서연은 오늘도 가게로 향하는 익숙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지난 화에서 수민과 씨앗을 심고 대화를 나눈 이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전보다 더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씨앗을 심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단지 자신의 내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새로운 동기를 주었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는 낯선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작은 화분을 품에 안고 있었고,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서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세요?"

소녀는 서연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저... 여기에 가게 주인님이 계신다고 들어서요. 제가 키우던 화분이 시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녀의 손에 들린 화분은 작은 허브였지만, 잎이 노랗게 변해 있었다. 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가게 주인님은 지금 안 계시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안으로 들어와요."

소녀를 가게 안으로 안내한 서연은 테이블 위에 화분을 올려놓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흙은 지나치게 축축했고, 화분의 밑바닥은 물이 고여 있었다. 서연은 고개를 들어 소녀에게 물었다.

"혹시 물을 자주 주셨나요?"

소녀는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매일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점점 잎이 시들어 가는 거예요."

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숨을 못 쉬어요. 식물도 숨 쉴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우리가 조금 손을 봐주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서연은 소녀와 함께 화분을 가게 뒷마당으로 가져갔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화분에서 식물을 조심스럽게 꺼내 흙을 털어내고, 새로운 흙과 작은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소녀는 서연의 지시에 따라 흙을 채우고, 물을 적당히 뿌리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너무 자주 물을 주지 말고, 흙이 마를 때쯤 한 번씩 주세요. 그리고 햇빛도 조금씩 보여주세요. 너무 강하지 않은 곳에서요."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이 식물이 다시 건강해지면, 제가 키운 허브로 뭔가 맛있는 걸 만들어서 드릴게요!"

서연은 소녀의 밝아진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소녀가 떠난 뒤, 서연은 뒷마당에 남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소녀와의 짧은 교류가 그녀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서연은 가게의 나무 벤치에 앉아 자신이 그동안 고민했던 내면의 갈등을 떠올렸다. 씨앗을 심고 가꾸는 것은 단지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삶에 작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 쥐고 있던 씨앗 병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병 속 씨앗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씨앗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씨앗은 내 이야기를 담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함께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서연은 처음으로 가게 주인의 부재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새 캔버스를 올려놓고 붓을 들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아니라, 오늘 만난 소녀와 화분 속 허브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캔버스 위에는 작고 연약한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변에는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소녀의 환한 미소와 희망을 표현했다. 그림을 완성한 서연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캔버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내가 자라는 것만큼, 누군가의 씨앗을 돕는 것도 내 여정의 일부야."

서연의 여정은 단순히 자신만의 씨앗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씨앗의 숲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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