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성장
서연은 그날 이후, 가게를 여는 매일이 조금씩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아침 햇살은 따스하게 가게 안을 비추고, 손님들의 발걸음도 더 잦아졌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여전히 묘한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그 불안은 때때로 그녀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서연은 할머니가 주었던 작은 화분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날, 서연이 가게의 작은 정원을 가꾸고 있을 때, 다시 한 명의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젊은 남자였다. 낯선 얼굴에, 서연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는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 한 번 이곳에 와본 적 있어요. 기억하시나요?”
서연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이전에 몇 번 가게를 방문했던, 어린아이와 함께 온 부모였다. 그때는 그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수줍게 말을 걸어왔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아, 네, 기억이 나요. 어떻게 오게 되셨어요?” 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짧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요즘 힘들어서요. 이곳에서 좀 위로를 받고 싶었어요.”
서연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동안 많은 손님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그가 그렇게 말할 때,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의 말을 더 듣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서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떨구며,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그게 점점 커져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졌어요. 늘 바쁘고, 누구와 얘기할 시간도 없고, 다들 자기 일에 바쁘다 보니, 결국엔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가 많아요.”
서연은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왔다. 그런 고립된 느낌은 그녀 자신도 경험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가 겪고 있는 감정이 너무도 선명하게 와 닿았다.
“그럼 여기 오셔서 좀 쉬어가세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언제든지.” 서연은 따뜻하게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서연 씨, 가게를 여시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편안해지시나요?”
서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 질문은 단순히 가게에 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과, 그녀가 그동안 지나온 길에 대한 물음이었다. 가게를 열고 나서,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자신이 그들에게 충분히 위로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위로가 진정으로 자신에게도 돌아오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죠. 때로는 정말 힘들어요. 모든 일이 순탄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제게도 큰 힘이 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줄 수 있다는 것. 그게 제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저도 지금 그런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 순간, 서연은 자신의 길을 다시금 믿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 길이 그녀의 길이 맞다는 것을. 작은 위로가 쌓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그녀는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그날, 가게를 마친 후 서연은 다시금 작은 화분을 바라보았다. 꽃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서연은 이제 그 꽃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어떤 일이든, 계속해서 걸어가야지. 비록 길이 쉽지 않더라도,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면 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