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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을그리는 가게(완결)

꽃이 피다

by 윤하루

서연의 가게는 언제나처럼 따뜻한 빛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연은 그들과 소통하며 위로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반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서연은 가게 한편에서 작은 화분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부드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바람도 늘 같은 방향으로 부는 건 아니지.’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런데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끊임없는 질문들이 맴돌았다.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그날 밤, 서연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과거를 떠올렸다. 가게를 열기까지의 과정, 수많은 고민과 선택들, 그리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 하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무언가 확실한 답을 얻고 싶었지만, 그 답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조용히 열린 문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서연 씨, 잘 지내요?”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한때 가게를 방문했던 할머니였다. 손자와 함께 심었던 씨앗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다며, 작은 화분 하나를 내밀었다.

“이 꽃이 피었어요. 손자도, 서연 씨 덕분에 꽃이 피었다고 했을 거예요.”

서연은 화분을 손에 들고 바라보았다. 작은 새싹이 생명의 기운을 품고 꽃을 피우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그동안 가게에서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녀가 걸어온 길. 서연은 비로소 자신이 해온 일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서연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그녀는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 믿음 속에서 앞으로도 이 가게를 지켜나갈 힘을 얻었다.

며칠 후, 서연의 가게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예전에 고민을 안고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다시 방문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손님들도 가게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며 머물렀다. 할머니는 손자의 꽃을 가게 한편에 놓고 갔다. 사람들은 그 꽃을 보며 저마다의 사연을 나누었고, 서연은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겼다.

가게 한편에는 서연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고, 결국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과정이 담긴 그림이었다.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며 자신의 삶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어느 늦은 저녁, 서연은 문을 닫으며 가게를 한 번 둘러보았다. 식물들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벽에는 따뜻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곳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이 쌓이고, 다시 살아나는 공간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불을 껐다. 그리고 다시, 내일을 향해 문을 열 준비를 했다.

그날 밤, 가게 창문 밖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의 꽃이 살랑이며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너는 잘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야.’ 서연은 조용히 그 말을 되새겼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더욱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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