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늘 뻘밭처럼 나를 잡아당긴다.
겉보기엔 그저 축축한 흙일 뿐인데, 한 발 내디디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어느새 발목을 넘고, 종아리를 감싸고, 마음까지 끌어당긴다.
처음엔 작은 일에서 시작됐다.
‘내일 회의 때 실수하면 어떡하지’,
‘내가 한 말이 혹시 오해됐을까’,
‘문자에 답이 없는 건 뭔가 기분 나쁜 게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들이 조용히 찾아와 앉는다.
말도 없이 들어와서는 눌러앉고, 그 자리에 자신만의 둥지를 튼다. 그리고 다른 걱정들을 부른다.
처음엔 하나였는데, 어느새 셋이 되고 열이 된다.
그렇게 걱정이란 이름의 뻘 위에 서 있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깊이 빠졌다.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며 발을 빼려 해도, 오히려 더 단단히 붙잡힌다.
머릿속은 자꾸 그 장면을 돌리고, 반복해서 상상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백 가지 결말을 만든다.
그중 어떤 것도 마음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멈춰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걱정을 애써 밀어내려는 힘을 거두기로 했다.
그냥 _“지금 여기 있다”_는 사실 하나만 붙잡았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
창밖의 나무가 흔들리는 걸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그 작은 지금이 나를 구해줬다.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이란 뻘 위에서도, 고요히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탈출한 건 아닐지라도,
나는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그게 첫 번째 탈출이었다.
이제는 안다.
걱정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지나가는 것이다.
나를 삼키려는 그 진창 속에서도,
조용히 눈을 감고 기다리면, 언젠가 다시 딛고 일어설 땅이 생긴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