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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bear May 03. 20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리뷰

저자:밀란 쿤데라

 

 이 책을 가장 함축적인 단어로 나타내고자 한다면 역설 혹은 모순이다. 보통 역설 또는 모순의 직관적으로 와닿는 의미는 적어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모순을 비판하는 것보다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해, 우리를 위로하는 힐링적 성격의 메시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당시 쿤데라가 체코에 있던 시절 체코의 정치적 배경과 실존주의 사상과 연관 지어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 책의 배경의 체코는 당시 체코의 민주화 운동을 일컬어 말하는 '프라하의 봄'시기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의 내정 간섭이 심해지자 체코는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성공했지만 이내 소련의 침공에 무너진다. 소련의 침공 전에 이미 나치에 의해서도 공격받은 적이 있는 체코인데, 이런 상황에서 거대 이데올로기 대한 비판의식이 생겨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작가인 밀란 쿤데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의 실존에 사유하지 않았을까 한다. '키치'라는 단어로 특히 공산주의에 대해 작품 안에서 많은 직접적으로 많은 비판이 있다.  


 책의 등장인물은 테레자, 토마시, 사비나, 프란츠 총 4명이다. 위에 언급된 4명은 저마다 다른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성편력이 심한 아버지 밑에 자라 불행한 가정에 살던 테레자는 역설적으로 바람둥이인 토마시와 사랑에 빠져 같이 살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은 테레자와 같이 살지만 다른 여자와의 육체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지는 토마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하지만 결국 가벼움만 추구한 사비나. 학계에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은 교수지만 가정을 버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프란츠.  


 모두 각기 다르지만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쿤데라는 아마 위 4명의 개개인의 윤리적 결함이나 모순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이것은 2차 대전이 끝난 역설적 상황에 대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식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이야기의 서사구조로도 충분히 말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체코 뿐 아니라 인류는 삶을 진보시킬 거라 믿었던 이성이 인류를 '학살'했고 인류의 창조주라 믿었던 신은 인류를 '방관'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러한 믿음이 깨지고 박살 나버리는 것이 역설이자 모순적인 상황이다. 물론 그 때문에 인류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의 실존에 대해 탐구하게 될 수 있었다.  


 위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살면서 실존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도대체 실존이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실존주의 본질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냥 내던져진 것일 뿐.  


 그래서 실존주의와 허무주의는 맞닿아 있다. 실존적 존재로서 내가 각성하고 사유할수록 그 사유의 공간의 진공은 허무주의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체적인 존재로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특정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나 스스로 내가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대 담론에 벗어나서 실존적 개인으로서 각성하지만 막상 허무주의라는 역설과 모순의 벽 앞에 가로막힐 때 쿤데라는 "그것이 인생이다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그렇게 밝은 분위기는 아닌데 마지막에는 밝은 묘사가 나온다.  


 "토마시가 문을 열고 불을 켰다. 그녀는 나란히 붙어 있는 침대 두 개와, 머리맡 램프가 달린 탁자를 보았다. 불빛에 놀란 커다란 나방이 전등갓에서 빠져나와 방 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희미하게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크게 의미 없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나는 이런 묘사가 쿤데라가 건네는 따듯한 메시지라고 느꼈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은 우리를 위로해주는 힐링서로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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