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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나 Mar 24. 2022

그놈의 '노잼' 군대 이야기

나라를 지키며 나란 놈도 지켜보자… 추억을 '수색'

2011.12.27.  입대날이다. 20 끝자락에 갔으니 매번 듣는 소리는 "엄청 빨리 갔네…"


동기들이 "최대한 놀다 가야지"하고 완연한 봄내음을  낀 후에야 끌려가듯  것치곤 묵은해가 가기도 전에 기에 빨리 갔다는 소릴 들을 만하다.


일개 촌놈이 복잡한 서울에서, 그것도  혼잡한 대학 생활을 이리저리 치이며 보내다 학점 F(xxx) 여러 번 얻어터진 직후라 나는 나라를 지키기로 했다.


나라를 지키며 나란 놈도 그래 보자고. 그때 나름 풋사랑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일도 버거웠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경기 북부 지역을 나라가 가란 대로 가면서 ‘사회 물’ 빼기 작업에 나를 담갔다. 행동이 그리 빠르지도 않았고 싹싹하지도 않았다. 그냥 하라는  따박따박 따라 하기 바쁜 평범한 훈련병이었다.


대신 밝았다. 신기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동기들끼리 온갖 잡스런 얘기를 나누면서 조교나  달린 사람들을 용감하게 흉내 내며 웃기 바빴다. 낄낄대다 혼난 적도 많았고 꼼수를 쓰다 걸려 난처했던 적도 있다.   

   

전역까지 몸 담게 될 ‘자대’ 배치 순간도 내게 왔다. 역시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배정받으면 그걸로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수색대, 헌병대 등 상급 부대 관계자들이 다 불러 모아 면접을 보겠다며 난리를 쳐도 눈도 꿈쩍 안 했다. 심지어 자격 미달인 것처럼 보이는 동기생이 거길 지원한다고 하면 옆자리 동기와 낄낄댔다.   

   

그런 내가 ‘하얀 부대 연대 직할 수색중대에 ‘차출됐다. 자의가 아닌 일방적 호출이랄까. 면접도 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빈자리가 생겼는데 신체 등급이 1급이기도 했고 ‘in 서울’ 대학을 나온 내가 간택을 받은 것이었다. ‘수색대 이름도 무시무시하다고 느낀 나, 정말 순진했었는데.     


그렇게 ‘군 생활은 편하게, 재밌게 하자’는 당초 생각이 보기 좋게 깨졌다. 수색대에서 행동 하나하나를 선임들로부터 수색당하며 욕을 먹었다. 진심으로 힘들었다. 온갖 상스런 단어는 다 들었고 감사히 얻어터지기도 했다. 표정에서 감정이 잘 드러나던 특성도 엄청난 약점이었다.      


가슴팍에 주먹 말고도 작대기(계급) 한 두 개가 쌓이니 괴롭게 했던 악역들이 하나 둘 무대 뒤 커튼 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악역들이 ‘커튼콜’로 다시 등장하는 경우는 다행히 없었다. 지금은 그 악당 아닌 ‘악역’들이 뭐하고 사나 궁금하기도 하다. 여하튼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뻔한 말을 실감하며 어느새 귀여운 후임들과 농담을 따먹는 여유로운 ‘병사의 장’이 됐고 무사히 집에 왔다.      


엊그제 정말 귀여운 후임이 안부차 전화가 왔다. “형은 정말 재밌고 편한 선임이었어. 제일 좋은 선임!”


결론, 군대는 추억이다. 절대 잊을  없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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