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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나 Apr 29. 2022

눈물겨운 직장 '존버' 이야기

버티기에 필요한 '준비물'


1. 무선 이어폰 '한쪽' 2. 아. 아(ICE AME)


3. "어쩔" 마인드 4. " "하며 치고 빠지기


5. 근자감에  실력 6. (명목상) 자기 계발 도서


이상 직장 존버(매우 버티기)에 필요한 것들.


 직장서 3년 차 수행 . 적잖은 나이로 집엔 前직장들이  명함만 대여섯 장 있다. 그만큼 나는 '직장 갈아치우기' 잘했었다.


하지만 '수행'이라는 단어를 썼듯 나는  직장에서  오래 버텨 나가고 있다. 철이  것일 수도 있고 방황하는  귀여울 나이가 지났다고 생각해서일까.


해탈과 수양이라는 불교 용어까지 소환해 '고귀한 삶에 꼭 필요한 곳'라고 위안하지만, 가끔은 숨이  막히고 엎고 싶기까지  직장. 흔히들 '존버가 답'이라고 하는데, 필요한 무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먼저 무선 이어폰 '한쪽'이다. 한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일종의 노동요다.  한쪽이냐고? 다른  귀는 열고 '타인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어야 하지 않는가.(나를 부르는지, 욕을 하는지 ) 무선 이어폰 색은 밝아선 안된다. 어두워야 한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 혹시나 들킨다면 전화 대기 중이라고 둘러대면 된다.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취지로 이어폰 꽂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어  먹힐  있다.


다음은 아. 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이 필요 없다. 좀비 같은 직장인들의 거룩한 잔이다. 얼음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삶에 대한 치열함을 나타내는 의태어라고 하면 무리일까. 하루 2잔이면 충분하다. 샷은 추가하고.


"어쩌라고"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오래갈 수 있다. 분명 돈을 벌 데엔 빌런(악당)이 존재한다. 이 빌런들을 물리칠 수 있는 마인드가 "어쩌라고"다. 요즘은 "어쩔 TV"라고 하던데 나쁘지 않다. 직장인은 "어쩔컴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빌런'이 내게 업무 관련 잔소리를 하거나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싶으면 '어쩔'이라고 속으로 외치면 슬며시 웃음도 나고 휘말리지 않는다.


"  (아니다)" 무기도 유용하다.  손에서 떠난 업무는 그걸로 끝이다. 우리 일개 부속품들은 회사 전체에 그리  문제를 일으킬 만한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걸 역이용하는 것인데, 일단 내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이후는  다른 '부속품' 몫이다.  부속품님께서 해주시면 된다.  손에서 떠난 다른 업무까지 신경 쓰고 살면 손해다. 끈질기게 신경 쓰고 마무리 지어 적절한 보상을 받은 경우, 나는 없었다.


'실력'.  필요하다. 근거가 있든 근거가 없든 일단 실력이 있다고 여겨지거나 스스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다른 데를   있다. 본인 일의 경우, 내가  일에  이름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동종업계 사람들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써먹으려고. 근거가 없으면 자신감이 있으면 된다. 어디서 봤는데 타인들은 자신감이 있는 것이랑 유능한 것이랑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지막 명목상 자기 계발 도서다. 이건 전적으로 선택이다. "아니 무슨 힘들어 죽겠는데, 팔자 좋으시네"라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유로운 점심시간 등에 들고나 다니자. 보기에도 열심히 사는 직장인 같고 나쁘지 않다. 점심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싫었던 본인, 쓸데없는 친목질 대신 자격증에 매달린 결과 작년에 작고 소중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을 거머쥐었다.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고 '이거 아니라도   있다'라는 생각은 직장 존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준비물들, 지극히 사적인 얘기일  있고  챙기기엔 버거울  있다. 물론 이보다  좋을  있는 여러분만의 어떤 '무기'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참고 정도로만 되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고귀한 직장 '부속품' 여러분들의 "존버는 승리한다" 외침을 응원하며.


*이 글은 관련 공모 수상작임을 조심스레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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