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_
최근에 내가 남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내가 인천 비행에서 참으로 힘들고 Toxic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쁜 영향을 퍼트리는 사람을 톡씩하다면서 자주 표현한다.) 상사로 인해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굳이 최근에 만난 상사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몇몇의 굉장히 부정적이면서도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만난 적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응대했을까를 고민하고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해서 겉으로 당신이 싫다고 표현하지 않고 따르되,속으로는 이 점은 배우지 말고, 이 점은 배워야겠다면서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크게크게 머릿 속으로 샥샥 나눠 정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조용히 다른 크루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하고 공유하는 감정 교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그나마 좀 풀었던 것 같다. 그래, 말이 감정 교류과 대화이지 사실 뒷담까기 였음 ㅋㅋㅋㅋㅋㅋ
인천 비행에서 만난 선배들도 다 사무장으로 인해서 힘들어했고, 다들 서비스가 끝나고 기내가 조용해지자, 함께 차를 마시면서 사무장의 눈을 피해서 조용히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선배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하물며 벼룩에게도 배울 점은 존재한다.' 라는 것이다.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런 종류의 사람와 함께 비행을 하고, 특히나 그가 더욱 상사라면 어떤 식으로 내가 상대방을 응대하고 대해줘야하는 지 등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본인도 모르게 여우같은 스킬과 눈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달인 아닌 달인이 된다면 그 사람의 얼굴과 말투만 봐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첫 섹터에서는 많이 힘들었지만,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 사무장을 어떻게 대하고 내가 먼저 이렇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동하니, 대하기가 참 쉽고 오히려 재밌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또한, 비행이 끝나고 되돌아보니 누구에게나 힘들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한 가지는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무장이 아무래도 본인만의 틀이 있고 그걸 행하기를 바라는 것을 봤을 때, 그 사람이 정한 규칙에 맞춰서 일을 해보니 '아, 이사람은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렇게 일하도록 본인만의 틀을 정한거구나. 확실히 이렇게 하니까 이부분이 편하구나. 이 부분은 배워도 좋겠다.' 아니면 '아, 이부분을 이렇게 하니 내가 느끼기에는 좀 별로인데... 이 비행에는 사무장의 의견에 맞춰서 행하지만 내가 언젠가 리드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부분은 좀 피해서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나도 모르게 새로운 상황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그걸 내 것으로 만들 것이냐, 아니냐의 체화 과정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일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고 말을 하는 태도와 행동 등의 모든 것에서도 그랬다. 아무래도 인간인지라, 본인에 대한 반성을 하는 건 매우 어렵다보니 상대방을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리라. 그렇기 때문에 toxic 한 사람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자기 반성과 더불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 되었다.
그루밍에 너무나도 깐깐하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는 항상 품위 유지를 잘해야겠다는 나도 모르는 긴장감과 과연 내가 그 사이에 나태하지는 않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배움이 있었다. 크루들에게 승객들 앞에서 혹은 다른 크루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는 나는 화가 나도 감정적이게 사람을 대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먼저 칭찬하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다가간 다음에 배울 점을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모르게 상사의 인스트럭션(지시 사항)을 까먹고 순간 익숙해진 방법으로 진행하다가 소리지르고 이것저것 트집잡혀서 혼나게 되면, 정신을 똑디 차리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면서도 함께 팀으로 일하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지시를 따른 것이 중요하고, 모르거나 헷갈리면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남의 피를 쪽쪽 빨면서 사는 벼룩은 본인의 몸길이의 약 100배 이상을 훌쩍 훌쩍 뛰어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력도 굉장히 강하다고한다. 본인 몸의 한계를 뛰어넘는 벼룩처럼, 지구력이 강한 벼룩에게도 배울 점은 존재한다. 그러니 내겐 너무 밉고 짜증나는 존재라고해도 잠깐의 사고 방식과 시선을 바꿔서 좋은 점을 찾아보는 것이 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중요한 발판 중의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겐 너무 짜증나고 왜 사는 걸까 싶은 그 사람도 누군가에겐 소중하게 태어난 자식이자, 누군가의 소중하고 세상 누구보다도 예쁘고 멋진 부모이자 연인, 친구 등의 인연일테니.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다. 너도 나도 언젠가는 뒤지겄지...라면서 해탈의 마인드로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도움이 될 지도? 물론 제일 좋은 건 안 만나는 거지만 말이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