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인천 비행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인천 비행이 있으면 맘이 다른 비행보다도 편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한국인 승객들에게 따듯한 오지랖이 발동한다. 이번 인천 비행 역시 그랬다. 꽤나 많은 한국인 가족분들을 이번 인천 비행에서 만났는데, 최대한 이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승객을 만났다.
중년의 한국인 여성 승객이었다. 처음에 기내 와이파이 사용법에 대해서 여쭤보셔서 옆에 다가가 열심히 설명을 해드렸다. 아무래도 우리 항공사가 처음이신지라 불편하셨는 지, 은은한 볼멘소리를 하셨다.
'아우...불편하네. 대한항공이나 이용해야겠다.'
이런 볼멘 소리를 승객에게 들으면 승무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그냥 '아, 참 뭔가 불만이 많으신 분이네...'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않게 대하고 본인 할 일을 열심히하는 승무원. 나머지 한 승무원은 비교 아닌 비교를 듣고 '뭬야? 대한항공? 우리 항공사에 대해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드려야겠구만. 이거이거. 잠자던 나의 경쟁 심리 콧털을 건드는 말이로구만. 내가 한번 보여주겠어.' 라고생각하는 승무원. 그리고 나는? 나는 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승무원이기도하지만, 이상하게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뭔가 내가 더 다가가고 그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경쟁의식이 생겼다.
그렇게 서비스는 열심히 했고, 서비스가 끝나고 남은 시간이 있어서 기내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한국인 승객분들에게 다가가 평소처럼 입을 열심히 털었다.
"어머. 선생님! 가족분들이랑 여행가시는 걸까요? 부럽습니다 :)
며칠 계시나요? 제가 더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저희 기내에 간식이 실려서 챙겨왔습니다. "
열심히 무료로 드릴 수 있는 건 다 챙겨드리면서 볼멘 소리를 터뜨린 손님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그 여성분께도 나는 챙겨드릴 수 있는 건 조용히 챙겨드리면서 대화를 열어갔다.
"선생님! 비행은 어떠셨나요? 아까 들어보니 대한항공을 자주 이용하셨던 것 같은데 저희 항공사는 오늘 그럼 처음이신거죠?"
"네. 맞아요. 처음이에요."
"오 그러시군요. 어떠신가요?
저희 항공사 식사랑 전반적으로 만족하셨을까요?"
"네. 괜찮네요. 시간 지나고보니까 좌석도 편하고. 좋았어요. 식사도 괜찮았구요. 감사합니다. 또 편안하게 친절하게 해주셔서 좋았던 것 같아요.
"아. 과찬이십니다. 저희 회사도 나쁘지않습니다. 하하.
언제 다시 한국으로 가시나요?"
"아, **일에 갈 거에요."
"그러시군요! 다시 돌아가실 때도 저희 항공사 이용하신다면, 아마 저보다 더 친절하고 따듯한 한국인 승무원분께서 도와드릴겁니다. 가족분들이랑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다음에 언젠가 또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뵙게되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늘 승무원님이 잘해주셔서 돌아올때도 이용할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
다행히도 좋은 인상으로 마무리를 드린 것 같아서 뿌듯했다. 승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별로 없는 것 같으면서도 많다. 나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대화를 열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흔히들 말하는 라포를 쌓는다는 것이다. Actively approach to passengers and build personal connection, rappot and having emotional catch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승무원이 승객들의 생각과 마인드를 알고, 더 큰 추억와 작은 행복을 더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승객에게 더 기억에 남고 좋은 승무원으로서 다가가는 것이다. 단순히 나는 Friendly 해요~ 라고 말하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바로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직접 나는 친절해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승객들이 먼저 단번에 아는 것이다.
반전하나 말해줄까? 사실 아부를 떠는 걸 정말 싫어하고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극혐한다. 해서 실제로 기내에서 직급 높은 크루들에게 나는 아부를 절대 떨지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승객들을 향해서는 아부쟁이가 되려고 노력한다. 연세가 많지만 정말 어려보이시는 분들께는 한껏 더 놀라면서 너무나도 어려보이신다며 비법이 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사실 어린 갓난아기나 어린애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기내에서 만나면 더 따듯한 인상과 기분 좋은 바이브를 전달하려고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작은 선물이나 챙겨줄 수 있는 것들을 부모님들 앞에서 챙겨주는 연기자가 되기도 한다. 인상이 너무 좋고 잘 웃어주시는 분들께는 칭찬을 날려주면서 대화를 열려고 한다. 그러면 다들 피곤한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돋는 것을 본다. 이게 바로 라포를 쌓는거고, 내가 왜 이전 글에 승무원은 연기력이 필요하다고 했는 지를 보여주는 예시들이다.
잠자는 경쟁의식의 콧털을 건드려버린 승객의 말 한마디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도 왔다갔다했더니, 허리며 다리가 쑤셔서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뭔가 뿌듯함에 가득차서 찌뿌두둥했다.
비행이란 참 그렇다. 승무원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마법처럼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달라지니깐. 뾰로롱~ 승무원인 나는 기내의 마법사인 것이다. 이게 바로 승무원이 다른 서비스직과는 다른 것이다. 바로 현장에서 서비스 리커버리가 가능하고 이로 인해서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니깐.
이렇게 꼬마승무원은 마지막 비행을 마치는 그 날까지 승객들에게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쪼꼬미 기내 마법사로 열심히 날라다닐 것이다. 뾰로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