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세상에...나 이 포지션으로 일하는 거 처음인데. 괜찮겠지?"
"그럼! 더군다나 서비스가 되게 쉽잖아. Easy peasy lemon squeezy! (식은 죽 먹기지) 우리가 옆에서 도와줄게. 걱정마.
"역시 시니어! 땡큐. 하긴. 풀 서비스 일때보다야 감사하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어디이게? 나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그버그에 있다. 오늘은 클리어 레이오버 데이 (일정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날)라서, 이렇게 아침에 호텔 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문을 열고 햇살 가득한 아침의 평화로운 풍경과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작성하고 있다. 여기는 한국보다 시차가 7시간 느리다. 솔직하게 말하면, 시차 적응에 힘들어하면서 결국 깨서 뭐라고해야지하면서 글을 적는 중이다. 지금은 오전 8시 43분을 지나고 있다.
벌써 이번이 3번째인 남아공 비행. 이번이 첫 남아공 비행이고 함께 일하게된 막내 크루 2명이 내게 사파리투어 및 사자와 함께 걷는 것에 같이 가자며 꼬득였다. 하지만 "미안....이미 나는 2번이나 다녀왔단다." 하며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2번이나 다녀왔으면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되었기에...이번 남아공 비행은 그냥 여유롭게 저렴한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기면서 보내자고 다짐했다.
비행은 3번째이고 사파리투어는 2번째라 경험 충만했지만, 일에서 만큼은 처음으로 일해보는 포지션에 걸려서 조금 난감하긴했다. 남아공에서 출발해서 다시 되돌아오는, 도합 합쳐서 4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셔틀 비행인지라 풀서비스인 것보다는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처음은 항상 긴장된다. work position을 보자마자 엥스러워서 당황했지만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다른 크루들에게 먼저 이 포지션으로 일하는 건 처음이니 당황하고 우왕좌왕할 수 있으니 다들 감안해달라고 먼저 양해를 구했고, 다들 인심 좋고 아량 넓은 사람들이었던지라 걱정하지 말라며 본인들이 도와주겠다고했다.
이번에 새로운 포지션으로 일하게 되면서 크게 느낀 것이 세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짬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는 것, '역지사지의 마음', 그리고 'Every flight is a learning journey는 진리' 라는 것을 말이다.
2년을 넘게 일하면서 아무래도 왔다갔다하면서 선배는 후배든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어깨넘어로 많이 봐왔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으로 보고 배운 것들이 있다보니 준비하는 것에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그 때 이 크루는 이렇게 하던데 나도 이렇게 똑같이 해봐야겠다.' 라면서 머릿 속으로 리마인드하면서 일하다보니 느꼈다. 역시 짬밥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구나라고.
또한 이 work position을 처음으로 하다보니 주로 이 포지션을 도맡아서 일하는 크루들의 어려움을 몸소 확 체감할 수가 있었다. 그 아무리 간단한 서비스라고해도 신경쓸 것도 많고 정신이 없는데, 풀서비스를 위해서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그 크루를 생각하니 참 대단하고 리스펙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니 옆에서 더 도와주고 일을 덜어주기 위해서 잘 행동하면서 함께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인간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마지막. Every flight is a learning journey라는 것이다. 항상 이 내용은 브리핑룸에서 상사들이 주니어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기도하다. 5년을 넘게 일하든, 10년이 되든 20년 이상이 되든 항상 비행이란 정해진 틀에서 움직여지는 것보다는 매번 새로운 동료들, 새로운 승객들로 이뤄지는 환경이다. 때문에 매우 유동적이고 사건사고가 참 다양하게 그리고 예상치도 못하게 펼쳐진다. 마치 나처럼 새로운 포지션으로 일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면 항상 겸손하게 배움의 자세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한 단계 성장하고 뭔가를 배웠다는 뿌듯함으로 이 순간을 응대해야한다. 특히나 비행이 그런 것 같다.
사실 비행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인생의 순간순간이 그렇다. 오늘의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이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는 더 성장하고 무언가를 배운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배움으로 가득차있고, 모든 경험과 기억은 결코 헛되지 않다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너무나도 잘 안다.
오늘의 일기 제목을 Every flight 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게 더 맞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Every moment of our life is learning journey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