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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걸 혼자 감당해?

EP.준비일기_한국인 승무원들의 큰 단점

by 꼬마승무원

점점 일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단점들에 대해서 체감하는것 같다. 아니, 어쩌면 오늘 내가 전해주는 이야기의 나의 단점은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해당이 되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한창 승무원 준비를 하던 중, 몇 개의 질문들을 본 적이 있다. 그건 바로 '도움' 과 관련된 질문이였다. '일하면서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본 적이 있나요?' '혼자서 해결이 전혀 안되는 경우,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등과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되었다. 왜 굳이 이런 질문들을 하는거지? 현직이 되고 나니 체감이 확 되었다. 왜 이런 질문들을 하는지. 그것도 한국인 승무원과 같이 외국인 승무원들에게 물어보는 경향이 짙은 지 말이다.

나는 전직 호텔 프론트데스크, 호텔리어이다. 비즈니스 호텔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이후 용산에 위치한 호텔 4개가 붙어져있는 용시티 중 가장 높은 성급의 호텔 프론트에서도 일했다. 막내였던 시절에, 아직도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 경험이 있다.

아직 막내이다보니 모든 것이 익숙하지가 않던 시절. 이전 비즈니스호텔에서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선배들에게 여쭤봤다. 그러면 선배들은 친절하게 하나하나 잘 알려주셨다. 그러면 열심히 메모를 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다. 때문에 역시 용시티에서도 하루는 모르는 부분이 생겨 함께 일하던 여자 선배에게 질문을 했다. 따듯했던 첫 직장 선배들의 가르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차가웠다.

"그런 것도 몰라요?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지 말고 혼자서 알아서 좀 찾아서 해봐. 메일이나 그런거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나 찾아봐. 무턱대도 물어보고 도움 요청하지 말고."

순간 벙찌고 무서워서 "앗, 죄송합니다. 잘 찾아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었고, 나는 위축되어 깨갱하는 강아지처럼 몸과 마음이 저절로 웅크러져서는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메일을 뒤졌던 일이 경험이 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이 생기면, 최대한 혼자서 다 찾아보고 감당하려고 했었다. 도움이 무조건 필요한 상황이지만, 도움을 요청하기 이전에 일단 나 혼자 다 처리하자며 끙끙대고 앓았다. 혼자서 알아서 하라며 도움을 주지 않던 그 여자 선배 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움을 요청하지 말고 알아서 먼저 해보라는 말. 그렇게 나는 '도와주세요.' 라는 말 앞에서는 작아졌었다. 결국 너무나도 사람들의 인성이 별로였던 지라, 얼마 안가서 그곳을 퇴사를 했다.

분명 내가 겪은 위의 일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좀 해 봤으면 다들 겪었을거다. 아마 시니어리티가 존재하는 분위기의 회사에서 일했던 한국인들이라면 더 많이 심하게 겪었을거라 믿는다. 도움이 절실한데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는 그 분위기란... 결국 입을 닫게 만들고 마음을 닫게 만드는 그 무거운 분위기와 단어란... 결국 이런 경험이 나도 그렇고 한국인 승무원들이 흔히 비치는 단점이 되었다. 다른 크루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 다 혼자서 감당하고 일하려고 하는 것. 이게 바로 나를 비롯한 한국인 승무원들의 단점이다.

가장 최근에 올린 남아공 비행 이야기. 처음으로 일하는 포지션이라 고군분투하며 혼자서 낑낑대는 나를 보면서 옆에 선배며 선임, 부사무장이 그랬다. 도움이 필요하면 크루들을 이용하라고. 우린 팀이고 다 서로 돕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니 혼자서 다 감당하지 말라고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본인들이 보면 항상 책임감이 강한 크루들은 도움을 요청 안하고, 특히 한국인 승무원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순간 '아..' 라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네.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 바로 사람들이 있는데 도와달라고하면 되는건데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모든 걸 다 감당하고 몰라도 아는 척, 혼자서 낑낑대는 것일까. 다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내고 나도 더 많은 에너지가 남아있는 건데.

곰곰히 되돌아보니 결국 내가 한국에서 겪던 사회 경험과 한국에서 나도 모르게 살아오면서 겪던 그런 문화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런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아는 외국항공사에서는 도움과 관련한 질문을 물어보는 것이고 말이다.

아마 오늘의 일기를 읽으면서 본인도 '맞아...나도 이런 경험 있었는데.' 하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처럼.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절대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린 서로를 위해 여기에 모인 것이다.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것도 경험이자 배움이고, 스킬이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절대 없다. 그 질문을 무시하고 밟는 상대방이 멍청한 것이다.

오늘의 일기를 잘 읽어보고 여러분들도 곰곰히 생각해보고 스스로를 바꾸는 기회를 조금씩 천천히 가져보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쉽게 요청하는 사람인가? 그런 경험이 있는가? 아니라면 언제부터,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도움을 외치기 어렵게 만든것인가? 앞으로는 나도 천천히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등등을 말이다. 나도 당장 내일부터,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에서 실천해보려고한다. 혼자서 다 감당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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