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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Sep 14. 2024

현지 크루에게 고마움을

EP. 비행일기_인도 아마다바드 

언제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낯선 분위기 속에 새로움과 설렘을 동반한다. 이 새로움과 설렘이라는 느낌과 함께 다가오는 감정이 있으니 그건 바로 '두려움'과 '걱정'이다. 


 나는 내 평생 어떤 날들보다도, 승무원이 되고 나서 이 감정들을 자주 마주하고 있다. 첫 비행을 시작한 뒤 가게 된 나라들. 지금은 너무 자주 가서 '혼자 다니기에 괜찮을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혼자 다니기에는 좀 무서운데.'라고 생각했던 내가 무색해져 버린 호주 비행 역시 처음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호주만큼 꽤나 자주 갔었으나, 이 두려움과 걱정이 매번 갈 때마다 지워지지가 않는 나라가 있다. 그게 바로 '인도'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만큼 인도는 여전히 무섭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해당 나라에 처음 가는 크루들은, 그 나라가 본인들의 모국인 외국인 크루가 그들을 데리고 다녀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처음으로 가는 인도인 크루가 한국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뭘 먹어야 하는지, 어디를 가야 할지 잘 몰라서 한국인 크루가 본인을 데리고 함께 구경을 가주는 것을 원하는 경우이다. 

 그 국가 출신 크루들은 그들의 심정을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만에 집에 가는 우리이기에 그들과 같이 가는 경우는 집이 굉장히 멀어서 못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물긴 하다. 대부분의 외국인 크루들은 본국에 가면 가족들이나 소중한 친구들,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 역시 그렇고. 때문에 그 비행에 온 나머지 크루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가 거나 놀러 다니는 것이 약 90퍼센트 이상이다. 

 나의 경우 그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에 안 가거나, 나도 그 도시가 처음인 경우에는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저번 부산 비행의 경우에는, 나도 부산이 비행으로 처음이었고 굳이 기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가기에는 돈 낭비라 생각이 되었다. 때문에 크루들을 다 같이 데리고 스카이 트레인도 타러 가고, 벽화 마을도 데려가는 등 인솔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이렇게 외국인 크루가 함께 나가 주는 경우, 다른 크루들은 나에 대한 고마움을 바탕으로 확실히 해외에서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에서 나를 더 도와주려고 하거나,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비행으로 만난 동료이지만, 그 이전에 느껴지는 인간적인 친근함으로 인한 효과라고나 할까?  

 이런 고마움을 상대방으로부터 느끼게 해 준 비행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인도 아마다바드 비행이었다. 해당 비행에는 인도인 크루가 있었고, 같은 복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크루들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친해진 것도 무색하게 인도 비행은 다들 잘 안 나가려고 한다. 앞전에 언급했던 무서움이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말 밖에 나가려면 남자 승무원 한 두 명은 끼고 꼭 나가야 한다. 이것도 어려운 부분이, 만약에 남자 승무원이 사 번이 높은 선배라면 함께 나가기가 어렵다. 이미 여러 번 온 곳이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인도는 굳이 안 나가도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갈 바에야 호텔에서 콕 박혀있기를 선택하는 그들이다. 나도 처음에는 남자 크루가 조인하겠다는 말이 없으면 나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친해진 인도인 크루가 그룹챗에 혹시 간단하게라도 근처에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 있으면 호텔 로비에 오후 4시경에 만나자는 톡을 보냈었다. 본인의 집은 멀어서 못 간다면서, 본인이 함께 일일 투어가이드가 되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내용을 보고서는 나는 갈등되었다. 아, 인도라서 굳이 나가야 할까라는 마음 반, 나머지는 그래도 인도에 왔으니까 밖에 나가서 어떤 모습인지는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마음 반이었다. 하지만, 역시 호기심이과 더불어 언제 이렇게 나가보겠냐는 생각이 더 강했기에 바로 그 친구에게 개인적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는 시간에 맞춰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눈망울이 매우 큰 똘똘한 크루가 로비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나는 혹시나 다른 크루가 더 오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같이 나가자고 한 크루는 나 혼자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페셜한 그녀만의 vip 손님(?)이 되어 함께 나가게 되었다. 함께 나가는 것이 처음임과 동시에 좀 두려웠던 나를 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는지, 인도는 이렇게 여자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고 더군다나 내 피부가 워낙 하얘서 멀리서도 눈에 띄니까 같이 손을 잡고 다니자고 먼저 말해주었다. 그리고 고사리처럼 작고 연약한 손으로 꽉 내 오른손을 쥐어주었다. 그래도 옆에 현지인이 나를 보호해 주고 지켜줄 것이라는 안도감이 생겼고, 나는 고맙다는 말을 계속하면서 그렇게 그녀를 따라 사원도 가고 근처에 몰도 갔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정말 두려움이 배였을 인도 구경이었다. 둘이 꼭 손을 잡고 길을 걷고 도로를 건너는데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인도 사람들의 시선이란...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고개를 굳이 돌려서까지 나를 바라보았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피부가 좀 하얀 편인데 그러고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럴수록 나는 그녀의 손을 더 힘 있게 움켜쥐고서는 걸어 다녔다. 인도는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내 코앞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차가 지나갔다.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와 흩날리는 먼지 속에 인명사고나 차사고도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그렇게 사원도 구경하고 함께 몰에서 밥도 먹었다. 몰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내게 집중되었다. 심지어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인도 남자애들 둘이서 내게 다가와서는 한다는 말이 "You're so cute! So beautiful" 이러더라. 그러면서 본인이 유튜브 하는데 함께 카메라에 인사만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속으로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하.. 

인도인 크루와 함께 밥을 먹는 와중에 그녀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었다. 함께 나와줘서 고맙다고. 사실 본인도 모든 크루들이 인도비행 오는 것을 싫어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한다는 걸 잘 안다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선뜻 함께 나가겠다고 하니 자기는 나름대로 뿌듯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 한다면서 정말 고맙고, 내게 있어서 소중한 인도에서의 경험을 만들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인도 비행이란 그저 물 조심해야 하고, 음식 조심해야 하고, 나가면 위험하고 할 것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짧았지만 인도 사원도 경험해 보고 전반적인 아마다바드의 길 전경도 머릿속에, 가슴속에 남길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내겐 무서움이 가득한 인도이지만, 그녀의 고사리 같은 귀엽고 따듯한 손에 느껴진 온정만은 가득했던 아마다바드 비행이었다. 이런 현지인 크루에 대한 고마움을 다음 인도 비행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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