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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Sep 07. 2024

살면서 사람 똥 밟아본 승무원? 저요..

EP. 비행일기_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니 여러분... 나 사람 똥 밟았다. 조심해라."

"뭐? 거짓말하지 마."

"아니 진짜라니까? 사람 똥이라니까.. It's real shit!! "

"에이.... 설마. 그냥 초콜릿 케이크이나 킷캣 아니야?" 

"얘들아. 초콜릿 케이크이나 킷캣은 달콤한 향기라도 나지..."

아니 이게 무슨 냄새나는 대화야? 하는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향기로운(?) 오늘의 이야기는 최근에 다녀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던 에피소드이다. 

 약 13시간은 걸리던 암스테르담 장비행. 인생 첫 암스테르담! 예전에 인도 아마다바드 국가 코드 AMD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MS로 잘못 착각해서 "와 암스테르담 간다!" 며 되게 자랑하고 폴짝거렸다가 급 우울했었던 웃픈 기억이 있던 암스테르담. 로스터를 받고 이번엔 진짜 암스테르담이겠지?라고 두세 번은 체크했었다. 비행을 가기 전부터 이미 마음은 가서 무얼 해야 하나 설렜었다. 


 서비스가 다 끝나고 돌아가면서 쉬는 시간을 갖는 타임이 돌아왔다. 나는 두 번째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내가 일하는 동안 배가 뜨듯하게 부르신 승객들은 모두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아무런 탈 없이 일을 했고, 나와 한국인 선배분, 그리고 선임 승무원이 쉴 차례가 다가왔다. 그렇게 각자의 소지품을 가지고 어두컴컴한 기내 복도를 따라서 열심히 크루 벙커로 이동했다. 

 크루 벙커로 이동해서 각자가 쉴 공간을 정해서 올라갔고, 나도 쉴 공간을 정해 신발을 벗었다. 그런데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 이게 뭐야? 하면서 손과 신발 밑바닥을 보니 뭐가 잔뜩 묻었었다. 그러고는 코를 찌르면서 순간 올라오는 이변의 냄새... 에이 설마. 진짜야? 아니겠지.. 아... 진짠데.. ㅠ  

 "선배님.. 저 사람 똥 밟았습니다. 아 진짜로..."

선배님도 놀랐다. 아 진짜요? 네 진짜... 리얼 Shit입니다. 순간 선배도 나도 황당하였고, 이거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나는 빨리 신발을 신고서는 크루 벙크를 벗어났다. 도대체 어디서 이변을 밟은 거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크루 벙크에서 내려와서는 크루들에게 말했다. 이 놀라운 사연에 대한 대화가 바로 여러분들이 앞에서 본 대화이고. 나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던 놀라운 이야기. 도대체 어디서 밟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이해고 뭐고 일단 빨리 신발이랑 손부터 닦아야 해. 

 화장실로 가서 손에 있는 각질까지 다 떨어져 나갈 듯이 10번은 넘게 빡빡 씻었다. 그러고 신발을 봤다. 이발 밑창은 물론 옆에까지 다 더러워져있는 인변이란. 하아... 일단 씻어보자 하고 열심히 신발도 목욕을 시켰다. 앗, 내 스타킹은. 혹시 하고 보니 스타킹에도 묻어있던 인변이란. 하아.. 기분이 참 더러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인 것을 어쩌겠나. 다행히 스타킹이라도 신었으니까 내 맨살에 안 묻었는구나 하고 그 짧은 순간에 좋게라도 생각하려 했던 나는 얼른 스타킹을 벗어 버리고는 혹시 몰라 내 다리도 열심히 휴지에 물을 묻혀 닦아냈다. 그러고는 화장실에서 나와 크루들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이 사연에 대한 미스터리와 똥을 밟은 크루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채 일단 휴식을 위해 다시 크루 벙커로 올라갔다. 달콤한 휴식 시간이 끝나고, 재정비를 위해 다시 내려와 내가 일해야 하는 존으로 이동했다. 그러고 들리는 놀라운 이야기. 

 내가 쉬는 시간 동안 먼저 휴식을 끝내고 온 크루들이 이변을 다 치우는 개고생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인편에 정체에 대해서 크루들은 모르고 있다가, 한 승객이 기내에 똥냄새가 너무 심해서 혹시나 해서 본인이 플래시를 켜서 보니까 글쎄 기내 바닥에 똥이 있었더란다. 물론 그 승객은 본인이 아니라면서 손사래 치면서 말을 해줬고 말이다. 그러고 크루들이 놀라서 보니... 세상에... 그 인편을 누가 밟은 흔적이 있었다는데... 맞다. 그게 나다 :). 어두컴컴한 기내에 나는 그 똥의 존재도 모른 채 쉬려고 선배를 따라 걷다가 그 똥은 무심코 밟은 거고, 그 더러운 이변을 묻힌 채 기내의 오른쪽 복도를 열심히 밟고 갔으니... 기내에 이변의 냄새가 가득했던 것이다. 결국 이변을 치우고 후속 조치를 하느라 먼저 쉬고 온 크루들이 개고생을 했었다. 장갑을 몇 겹을 쓰고, 기내의 청소용품은 다 동원해서 치우고는 바닥에 종이와 테이프로 내가 밟고 다닌 곳과 원인 제공의 현장을 열심히 가린 그들의 흔적이 기내 조명이 켜지니 여실하게 잘 보였다. 그런 크루들에게 고맙다며 말하면서 나는 이미 흥건하게 똥냄새가 배어버려 더러워진 내 신발을 고이고이 보내드렸다. 어차피 신고 다닌 지도 오래되었고 보내줘야 할 때가 됐긴 했다만 이렇게 신발을 더럽게 보내주게 될 줄이야... 그동안 고생했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지 못해 찝찝하구나 하며 새 신발로 갈아 신었다. 

 서비스가 나가기 전이며 서비스가 끝나고 나서 모든 크루들의 화제는 바로 이 이변의 정체이다. 도대체 어디서 온 똥인가... 우리가 일한 존에는 어린애들도 없었고 애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캐빈에서 어린애기가 놀러 왔다? 그런 것도 전혀 없었는데... 신기하게 이 똥을 치우고 나서 기내에 어디에도 똥냄새가 나는 다른 근원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크루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가 지렸다. 그리고 그걸 밟은 나는 기분은 더럽겠으나 추후에 복권을 꼭 사야 한다는 것'     

이였다. 아니, 누군가 지리긴 했는데, 만약에 지렸다면 분명 바지나 속옷에 묻었을 텐데 그럼 좌석에 묻었거나 했을 텐데 전혀 그런 흔적은 없었다. 싸고 나오면서 떨어진 건가? 떨어졌다고 하기엔 옷이 그럴 수가 없는데. 오늘 승객들 중에 그 누구도 와이드팬츠나 긴치마를 입고 오신 분은 없었는걸. 설마... 컴컴한 기내에 그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똥의 근원지에 짧은 사이에 싸고 자리로 돌아가 앉은 건가? 그렇다면 똥을 싼 뒤에 뒤처리는...?

 그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마치 세계 7대 불가사의와 비슷한 미스터리...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다. 아니, 기내 복도에 누가 똥을 싸요? 그게 미친 일이 실제로 있어요?라고 하면 네... 있어요. 그리고 그걸 밟은 승무원도 있는데 그게 저예요. 하하. 이런 기막힌 일이 내 비행에 생긴 것도 신기한데 이걸 또 밟은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분명 나랑 선배님이랑 한 발의 차이로 걸어갔는데.. 선배님이 앞장서서 먼저 같은 쪽의 복도를 걸어갔는데 왜 선배는 안 밟고 나만 밟은 것인가. 참 웃겼다. 


 이제 곧 한국비행인데, 한국에 도착하면 복권부터 사려고 한다. 다들 이런 일에 대해서 나보고 좋은 일이 오려나 보다고, 꼭 복권 사라고 해서 그러려고 한다. 살면서 이런 일을 겪다니 참. 그것도 일하면서 말이다. 어이가 없어서 웃기면서도 들던 생각이,  '꼴에 작가라고 사람들한테 재밌는 에피소드 들려주라고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오히려 좋아'라면서 그 짧은 순간에 했더란다. 나.. 어쩌면 뼛속까지 작가..? 

 아무튼, 모든 크루들은 물론 내겐 평생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기가 막힌 에피소드를 들려준 것처럼,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평온했던 행복한 도시의 향기와 풍경을 선물해 준 암스테르담 비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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