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마승무원 Nov 17. 2024

두려움에 맞서 이겨내는 직업,승무원

EP.직업일기

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내 삶에 가까이하기 시작한 이래로 내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발견하고 있는 중이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참 제목처럼 스스로가 느끼는 여러가지 두려움에 맞서 이겨내는 것이 많은 직업인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승무원 직업의 두려움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짙은 합격의 여정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마음 먹으면 곧 죽어도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밀어붙이는 힘이 강한 사람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마음이 정말 약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매번 합격의 문 앞에서 떨어진 날,  마음이 아파 엉엉 울고 다시는 안 한다고 투정을 부렸어도, 다음날이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퉁퉁 부은 눈으로 다시 공부를 하러 떠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죽어도 손에 안 잡히자 이젠 내가 찾아나서겠다면서 무슨 깡이었는지 바로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면접을 보러 경유를해서 해외로 면접을 보러갔고, 그렇게 합격이 되었다. 나는 합격 전 부터, 내 스스로가 합격을 하면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엉엉 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왠걸,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고 합격한 당일에 얼떨떨하고 안 믿겨서 면접관에게 2번이나 "나 맞아요?"라고 되물어서 면접관들을 빵터지게 만들었었다. 너 맞으니까 우리 믿어도 된다고, 축하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매번 탈락되는 서러움과 안개가 짙은 합격의 여정 속 두려움을 이겨내고 승무원이 되었다. 


 승무원으로 합격한 뒤, 과연 내가 무사히 비자가 나와 조이닝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두려움도 겪어내야했었다. 외항사는 한국 회사와는 다르다. 언제든지 회사 상황에 맞게 돌아가기에 합격이 다가 아니다. 최근에 카타르항공사가 6개월 이상을 최종합격자들을 기다리게 만들어놓고서는 갑자기 입사 취소를 한 사건이 있듯이, 진짜 현지에 도착해서 트레이닝을 시작해야 진짜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승무원으로서의 트레이닝이 시작이 된 후, 과연 무사히 트레이닝을 합격해서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다. 실제로 나는 시험에서 한 번 떨어져서 다시 재시험을 본 적도 있었는데, 그 당시에 느끼던 두려움과 무서움, 압박감은 정말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도 뒤처지는 걸까? 이렇게 물러나게 된다면 서러운데...라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두려움에 매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트레이닝 시절의 두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비행을 시작하게 되면서 매번 만나게되는 선배들과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서 매 비행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숙제로 다가왔었다.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새롭게 매 게임 퀘스트마냥 다가오는 가지각색의 피드백들과 승객들의 요구사항, 매번 바뀌는 시차와 일하는 환경들은 지금도 힘들지만, 초반에는 현타와 더불어 매우 힘들었다. 일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나라에 가서 지내게 되는 순간에도 그랬다. 이 나라는 처음이라 혼자 다녀도 괜찮은건지, 위험하지는 않은지.... 처음인지라 두려움이 많고 서툰 것도 많았다. 매번 새로운 비행만큼 새로운 레이오버 국가에 가서 경험하는 것들조차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일이 익숙해진걸까싶은 요즈음은, 그 수 많은 두려움들을 극복해낸 내 자신이 참 대견하면서도 많이 강해졌구나싶다. 여전히 두려움이 다가오는 순간들이 많지만, 이제는 예전보다는 그럴려니 한다. 그리고 잘해내겠지라고 덤덤하게 생각하게되는 순간들이 확실히 전과 비교해서 많아졌다. 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마음 속에 품게 된 순간부터 내 스스로가 참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나에게는 승무원이 크게 다가왔지만, 사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각자의 인생 순간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참 많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겪는다. 다만 그걸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않기보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럴지 모르겠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두려움을 다 알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먼 훗날 뒤돌아본다면, 그 두려움을 이겨낸만큼 마음과 멘탈이 강해져있는 스스로를 분명히 발견하게 될 것임을.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해서 앞으로 다가 올 새로운 두려움은 전보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본인이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꼬마승무원만이 겪는 특별한 비행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