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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Nov 22. 2024

솔직함과 가식이 나를 매번 합격으로 인도했다

EP. 면접일기

 "혹시 그렇게 인사성이 평소에도 밝아요?"

 위의 말은 내가 비즈니스호텔에서 5성급 호텔 최종 면접에서, 총지배인님께서 내게 하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저는 인사라는 건 개인이자 회사의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호텔에 면접자로 온 만큼, 이미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임해왔습니다. 물론 면접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저는 인사를 잘합니다." 

 내 대답을 들은 총지배인님께서는 웃으면서 "좋네."라고 말씀해 주셨고, 아주 좋은 느낌을 가지고 면접을 마친 만큼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후 그 회사에 입사해서 일 한 좋은 경험이 있다. 시간이 흘러, 면접 결과를 프런트데스크 지배인님께서 보여주신 적 있었는데, 최고 등급을 받고 입사한 직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사실 나는 그리 인사성이 좋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총지배인님께 저 멀리서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면접을 보기 이전에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와 기사를 통해서 총지배인이 누군지, 해당 회사의 임원들이 누군지 샅샅이 뒤졌고, 이미 얼굴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저 멀리서 총지배인님이 오시는 걸 알아챘었고, 그 누구보다도 크게 먼저 다가가서 밝게 인사를 건넨 것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서 총지배인님은 놀라셨고, 본인에 대해 혹시 아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이미 그분에 대해서 공부를 했지만 모든 것을 다 까발리지는 않았고, 회사의 미래 일원으로서 적당히 잘 안다는 뉘앙스만 비쳤다. 

 5성급 호텔 전에 비즈니스호텔에서 일했을 때에도 그랬다. 미리 회사에 대해 모든 조사를 끝내고선 면접을 보기 이틀 전날에, 몰래 호텔 방문객처럼 위장해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곤 호텔 로비부터 프런트데스크의 분위기까지 다 살펴보았다. 면접 당일 프런트 총지배인님과 다른 부서 팀장님들 앞에서는, 이 회사에 대한 애정으로 사실 면접 보기 전에 호텔에 손님처럼 왔었고 당시에 내가 느낀 감정을 말씀드렸다. 모든 분들께서는 이런 나의 열정에 감동하셨고, 좋은 느낌대로 합격을 해서 일했었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우직하고 융통성이 부족한 내가 여우의 탈을 쓰고 행동한 위의 방법들은 지금의 회사 최종 면접에서도 통했다. 면접을 보는 내내 나는 누구를 만나든, 지원자를 만나든 회사 면접을 위해 모인 회사 직원들 모두에게 지나갈 때마다 눈웃음을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화장실을 갈 때에도,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내 면접 차례를 기다릴 때에도 나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작은 목례를 하면서 인사를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러는 내내 나는 가식덩어리였고 그렇게 인사하는 것도 매우 귀찮고 피곤했다. 하나 그러던 와중에 나를 한 중년의 남자분께서 유심하게 바라보셨고, 꽤나 왔다 갔다 하면서 나는 그를 자주 만났다. 내가 매번 그에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그 역시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셨다. 

 마지막 최종 면접의 완전 마무리 단계!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들어왔다. 바로 복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시던 그 중년의 남자분이셨다. 그분께서는 면접관들에게 잠시 이리저리 새로운 지시사항을 주시면서 면접을 중단하셨는데, 그 순간 나를 보신 것이다. 그는 나를 기억하셨고, 나를 담당하던 면접관에게 "쟤는 통과야. 저 친구 합격시키고 저 친구를 마지막으로 해서 다음부터는 내 지시사항에 맞게 움직여서 면접 진행시켜."라고 말하셨다. 그러자 다들 일사불란하게 알겠다고 말하고서는 나는 그렇게 합격의 순간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리고 추후에 입사 후 알게 되었는데, 그는 회사의 인사팀에서도 꽤나... 아니 거의 가장 높은 분이셨다. 

 특히나 외항사 면접을 보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본인 긴장을 풀기 위해서, 아니면 본인의 행동을 면접관들이 다 멀리 서라도 지켜보니까 그날만큼은 계속 웃고, 예쁘게 다니고, 인사를 많이 하고 밝게 행동하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정말 어디에서 나를 어떻게 지켜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그날만큼은 여우가 되어야 한다. 나의 경우도 거짓과 가짜 찐텐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나의 인사성과 짬으로 다져진 면접 경험들 덕분에 귀인을 만나서 쉽게 합격을 했으니깐 말이다. 

 굳이 외항사 면접뿐만이 아니다. 여우처럼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진짜 손님인 것처럼 위장해서 회사 로비에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정말 많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말을 붙여보는 것 또한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짧은 순간에 이 회사와 연결되는 하나의 경험이 늘어난 것이고, 이것을 곧 면접에 있어서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수 있으니깐 말이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표출하는 것에 있어서 그 회사를 직접 경험해 봤다, 그리고 공부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실제로 나도 우리 회사에 대해서 잘 아냐는 질문에 직접 비행기를 타 본 적은 없지만, 트립어드바이저 등등의 실제 고객 후기를 100개 이상을 찾아보았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들을 추렸었다. 그러고 나만의 단어와 문장으로 정리해서 외워서 말씀드렸다. 그런 나의 구체적이면서도 진솔한 공부는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은은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에 차별성을 조금이라도 두고 싶다면 나는 그 순간만큼은 여우처럼 얍쌉하게 다른 방법을 통해 공부하고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회사 건물에 실제로 아침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처럼 따라서 걸어가 보고 로비에 직접 발을 들여봐도 좋다. 회사 홈페이지나 기사를 찾아서 임원들의 얼굴을 찾아봐도 좋다. 항공회사라면, 그 회사의 비행기를 타고 잠깐 여행을 가도 좋고, 유튜브를 통해서 회사에 대해 찾아보고 눈을 감고 진짜로 일하는 것처럼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실제의 내 성향은 그날만큼은 감춰두고 최대한 밝고 긍정적인 바이브로 내뿜는 아우라를 면접장에서 펼쳐내는 것이다. 

 어디에서든 진심은 통한다며 솔직함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면접에 있어서만큼은 내향적이고 귀차니즘이 넘쳐나는 찐텐은 되도록 감추고 좋은 것들만을 보여주도록 노력했다. 가식과 솔직함이 결국 나를 합격으로 인도해 준 것이다. 여러분들도 면접을 보는 순간만큼은 가식으로 똘똘 뭉쳤으면 좋겠다. 물론 그 가식을 보여주려면 숨겨진 본인만의 노고와 회사에 대한 애정, 그리고 본인만의 진솔한 경험과 이야기가 뒷받침이 되어있어야겠다. 

 내가 해냈는데 여러분들이라고 못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솔직함과 가식으로 무장해 낸 내가 잠시 먼저 이 길을 걸어갈 뿐! 여러분들의 진솔함과 가식을 꿈의 회사가 기다리고 있으니 좀만 더 힘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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