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콩자반을 좋아한다. 물론 나이가 40이 넘으니 드는 생각이다. 그 전에는 애기 입맛이라 콩자반이냐 비엔나 소시지냐라고 물으면 당연히 비엔나를 택했다. 나이가 든 걸까? 아님 입맛이 변한 걸까? 둘 다 아니라면 까탈스러워졌나? 그냥 나이가 들어 몸에 받는 게 콩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콩자반의 가장 맛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달짝 짭조름, 콩 향 가득한 소스라 하겠소
밥을 비벼먹고 싶은 그 맛을 만드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뭣이 이리 간단한가 놀랬을 것이오만
간장과 단맛의 조화가 콩 향을 베어 물 때
아무도 보지 못한 타기 직전의 멈춤은
향을 베어 물어 밥알에 묻어버리겠소
스며드는 맛에 놀라운 건 비단 콩뿐이 아니다. 두부조림 또한 놀랍다. 똑같은 간장과 설탕이 들어가도 두부의 향이 베이는 순간, 조물조물 조려져 탈까 말까, 짤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이라면 불을 끄고 식으면서 두부의 향이 국물에 퍼지고 소스의 간이 두부에 베이는 순간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시간이 주는 겸손함에 고마워하게 된다.
비단 두부뿐이랴. 그것이 어떤 것이던 시간과 재료와 불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만큼 멈추어, 식어버린 순간만큼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달 품만큼 서로를 생각하던 그만큼의 시간이 모여 스며들고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 그것이 조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