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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생활기) 국제학교 보조 선생님 구하기

by 일일시호일



둘째가 학교에 입학한 후 잘 적응했다는 전 편의 이야기에 보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좀 부족한 것 같아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에미레티 가족을 통해 소개 받은 학교에서 면접도 보고, 시험도 친 후 조건부 입학을 제안 받았다. 일단 합격했다는 것에 온 가족이 기뻐했다. 아 드디어 그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보통은 입학팀에서 학교 입학을 지원하지만 둘째는 틱이라는 어려움을 설명 해 인클루젼 팀에서 입학을 진행하였다. 보통 인클루젼팀이 학교마다 있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친구나,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특별한 상황이 있는 친구들은 개별 학생의 특징에 맞추어 교육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험칠 때도, 시험 방식도 그 아이에 맞게 조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일반 친구들과 반을 분리하지 않는다. 천천히 일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도록 어려움이 있는 친구도, 반 친구들에게도 시간을 준다. 또 하나, 반마다 반 전체 학생들을 위한 보조 선생님이 있기도 하고 지원이 필요한 친구를 개별로 지원하는 보조 선생님도 있다.


그러나 학교 재정상의 문제로 학교 소속 보조 선생님은 항상 부족하다. 또한 기존 다니던 학생들에게 우선권이 있어 새로 입학한 친구들은 거의 기회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학교 소속 보조 선생님의 지원을 받게 되면 등록금에 그분들의 인건비가 일부 포함되어 일반 학생들 대비 등록금이 높아진다. 새로 입학할 때는 보조 선생님이 필요한 경우 부모가 직접 보조 선생님도 구해야 하고, 인건비도 직접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도 보조선생님을 모셔 와야하고 심리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제출하는 것이 입학조건이었다.


심리 검사는 우리가 살고 있던 옆 동네의 심리 검사센터를 이용해 심리 박사님께 테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국가로 오며 다른 언어 등으로 인한 심리 불안감이 틱이 심하게 된 이유인것 같다라는 소견과 함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언어가 늘 때까지 보조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검사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지불하며 정말 비싼 동네구나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보조 선생님을 만나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긴 여정이었다.


학교에서 소개해준 에이젼시를 통해 소개 받은 아프리카, 필리핀 선생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2~3배 정도 비용을 제시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에이젼시에 들어가는 수수료가 50% 이상이라 그렇게 높은 인건비를 제시했었나 보다. (월 200만 원 정도)


고민하고 있을 때 둘째의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하나의 팁을 주었다(원어민 선생님은 두바이 10년 차 베테랑). 두바이에서 생활할 때 정보를 얻거나 사람을 구할 때,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페이스북 그룹'이라는 온라인 모임 사이트라고 했다. 그래~~ 평소 나의 고민을 함께해 주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던 분이기에 선생님이 수업이 마치고 가시자마자 '페이스북 그룹'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와~~ 새로운 세상이구나~ Assistant teacher, shadow teacher라고 검색하니 여러 그룹들이 나왔고 마음이 급했던 나는 선생님 구인 가족들의 글을 보고 바로 따라 쓰기 모드에 들어갔다. 둘째의 나이, 특징,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남겨 놓았더니 한 달 내내 1명의 선생님을 인터뷰하기도 힘들었는데 무려 80명 정도의 선생님이 관심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 놓았고 꼼꼼히 읽어본 후 5분 정도를 간추려 온라인 면접 가지게 되었다.


최종 파키스탄에서 중학교 영어선생님이셨던 여자 선생님을 정해 놓고도 인터뷰 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 직접 집 근처 동네로 찾아가 얼굴을 본 후 안심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여자들의 사회생활을 반기지 않는 곳이지만 다행히 결혼한 지 얼마 안 되고 두바이라는 물가 비싼 곳에 살아야 하니 선생님의 경력을 최대한 살려 직업을 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또한 둘째가 다닐 학교와 선생님이 집이 차로 10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그 부분도 좋았다. 두바이에서 보조 선생님은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학교에 도착한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스쿨버스를 타는 순간까지 매 순간 아이와 함께 있는 분이다. 선생님의 월급도 적정 수준을 요청해 우리의 큰 고민이 해결되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3학기를 함께 보내며 선생님과 우리 둘째는 정말 친해졌다. 언어에 대한 불안감도 보조 선생님 덕분에 점차 없어졌고, 선생님께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 웃게 하면서 선생님도 아이도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정도였다. 어떤 것이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들은 보조 선생님께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학교생활에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게 눈에 보였다.


한 번은 운전 중에 보조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요즘 학교 수업이 어려워져서인지 소리틱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둘째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울기 시작하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함께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아직 아이가 없어 우리 둘째가 자신의 아이처럼 느껴져 너무 속상하다고 하는데 또 한 번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옆 운전자가 봤다면 저 사람 정말 큰일이 났다 했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을 알게 된 것, 그 자체로 두바이에서의 삶은 풍요로웠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결정 된 후 조심스럽게 보조선생님께 상황을 설명 드리자 다행히 학교에서 보조선생님으로 직접 채용하겠다고 연락이 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보조선생님으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에 다시 정착하게 되면 보조선생님으로 다시 와주시면 좋겠어요. ~~ 라고 약속해두었다. !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 보조 선생님과 일주일에 2~3번씩 온라인으로 만나 영어 리스닝, 리딩, 라이팅 등을 도움 받고 있다. 다시 두바이로 돌아갈 때 그분을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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