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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혜경 Jul 18. 2024

여름의 소리, 여름의 언어 1

목성균의 <그리운 시절>  

 

여름이 오는 소리를 “봉봉봉봉봉봉봉봉~뿅!”이라 표현한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마늘종을 밑동까지 제대로 뽑아 올리면 나는 소리라고 한다. 생기발랄한 여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글쓴이는 이렇게 뽑아 올린 마늘종을 씹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알싸한 마늘향에서 ‘여름이 다가오는 맛’을 느낀다고 했다.

 

나에게 여름은 뜨거운 햇볕 아래 슉슉 소리가 눈에 보이는 듯 무성하게 자라는 초록 잎들과 그 알싸한 향으로 다가온다. 

어느 여름날, 도암댐으로 가는 길, 자동차 창을 툭툭 쳐대는 길가 나무의 혈기 왕성한 초록 잎들, 차창을 여니 훅 달려든 진하고 싱그러운 향이 기억난다. 

그야말로 절정이로구나, 저절로 감탄이 나오던.


 여름은 사람의 일생으로 치면 인생의 정점이자 한창때인 청춘의 시기이다. 아직 미숙하다는 점에서 깨닫지 못한 것이 많은 때이지만, 그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푸르게 빛난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리움으로 새겨진다. 다시 재현되기 어려운 꿈같은 정경을 되살리고자 매일 이야기하며 그날을 복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이 뜨거운 시기를 통과하면서도 서늘한 바람 속에 침잠되어 있는 청춘도 있다. 




 목성균의 수필 <그리운 시절>에서 소환되는 여름은 미숙했던 시기이지만 ‘그리운 시절’이다.  

‘성장기의 미숙한 감수성’으로 철없던 그때는 자연 현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피라미가 날벌레를 포식하려 한 도약을 “노을에 취해서 무모한 도약을 하는 것이라고 눈물겨워” 했고, 매미의 울음도 ‘삶의 환희와 삶의 결론을 얻기 위한 생명의 치열한 절규’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매미의 한유(閒遊)’로만 인식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해가 넘어간 후 소를 몰고 지나가던 소몰이꾼에 대해서도 어떻게 고삐 하나로 소를 통제하는지 궁금했을 뿐, “이 쇠전에서 저 쇠전으로 밤을 새워 가는 그 묵묵한 소몰이꾼의 밤길이 꿋꿋한 그의 일관된 생애임을” 알 리 없었다. 


이제 “더 성숙하고 더 까바라진 인생에 진입”하고 나니, 그 시절이 아름다웠음을 깨닫고, “아픔도 모르고 세포분열에 주력”하던 ‘치열한 향일성’의 존재들이 이후 어떤 행로를 걸어갔나 짚어본다. 


“어찌 냇물만 흘러가고 소몰이꾼만 밤길을 걸어갔으랴... (중략)... 우리들의 생애도 각자의 밤길을 꿋꿋하게 혹은 경거망동하게 개성대로 참 멀리 와 있는 것이다.” 

미숙했던 젊은 날을 그리움으로 돌아보는 심경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 <그린 에세이> 2024. 7,8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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