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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l 14. 2024

초등 교사와 중등 교사

강진으로 떠난 교육 여행

나주로 떠난 여행은 비록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더 많은 따듯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교육 여행이 끝나고, 나는 ‘다음 교육 여행은 언제 갈까?’ 기다리며 한 학기를 보냈다. 말하자면, 교육 여행은 내가 학기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종강하면 교육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 하는 일을 조금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조금만 더 버티자고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교육 여행 공지가 올라왔다! 나는 전라남도 강진군의 한 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 두 번째 교육 여행인 만큼 첫 번째 여행에서 배운 교훈을 잘 새기면서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아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강진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지난여름, 나주로 교육 여행을 떠났을 때는 역까지 선생님께서 마중을 나와주신 덕분에 편히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진은 선생님들께서 워낙 바쁘신 관계로 학교까지 직접 이동해야 했다. 아산역에서 광주역으로, 광주 터미널에서 강진 터미널로 이동하여 팀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택시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도착했다.     


나와 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다 되어서 담당 선생님을 만나 뵙고, 거의 곧바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방학 수업을 담당하고 계셔서 굉장히 바쁘셨다. 그래서 교실만 간단히 안내해 주시고, 수업을 들어가셨다. 우리는 배정된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준비했고, 학생들은 점차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교실을 살펴보니, 교실의 의자 개수보다 학생 인원이 더 많아 자리에 앉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급하게 옆 교실에서 의자를 빌려왔다.      


이때 어떤 한 학생이 함께 의자를 옮기고,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를 잠재우려고 애썼다. 전형적인 반장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그 학생 덕분에 수선스러운 교실을 정리하기 쉬웠다. 또 첫날 수업을 꽤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수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 학생에게 쌍둥이 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도 마찬가지로 예의 바르고 착한 학생이었다. 

다음날 수업에서는 교실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변경된 교실의 컴퓨터 비밀번호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고, 선생님께서도 바쁘셔서 연락을 보지 못하셨다. 수업 시간은 임박해 가는데, 수업 자료는 다운받지 못해 다들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그때 쌍둥이 학생이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잘 도와주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라면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아직 어려서 교실 상황이나 선생님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아이들과 하는 대화는 대부분 일방적으로 학생이 이야기하는 것을 선생님이 들어주는 식이다. 즉, 서로 대화다운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감정이나 공감 그리고 언어 능력이 많이 성장하여 대화에서도 티키타카가 잘 되는 편이다. 이런 부분이 중등 교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교육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자신이 여행을 갔던 학교의 학생들처럼 키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는데, 쌍둥이 학생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낳는다면 저 아이들처럼 올곧게 키우고 싶다.’ 그리고 ‘미래 나의 교실의 아이들을 저 아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사실 진로를 결정할 때, 초등 교사와 중등 교사 간의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상대적으로 쉽게 될 수 있는 길을 택했을 뿐이었으며, 나에게는 초등 교사가 가진 장점들이 더 많이 보였기 때문에 초등 교사를 꿈꿨다. 그런데 강진 교육 여행을 하면서, 중등 교사의 장점도 확실히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살짝 사범대가 부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중등 교사가 가진 장점을 알게 되면서, 역시 모든 일과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중등 교사의 장점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초등 교사의 장점을 보고 부러워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면, 약간의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더라도 큰 후회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길에도 나름의 어려움과 고충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선택한 길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선택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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