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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11. 2024

이 세상 모든 따듯한 것들

그중에서도 따듯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등이 기분 좋게 따듯해지는 밝은 햇빛, 힘든 하루를 사르르 녹여주는 위로의 말, 누군가에게 보이는 밝은 미소, 서로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 차가운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차 한 잔. 나는 이 세상 모든 따듯한 걸 좋아한다. 그리고 따듯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따듯한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따듯한 사람을 새롭게 발견했을 때,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지만, 그런 사람만큼은 얼른 친해지고 싶다.      


따듯한 사람을 많이 발견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교육대학교는 매일 같은 동기들과 4년 동안 같은 수업을 듣기 때문에, 좀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해결책으로 다양한 대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연합 동아리를 생각해냈다. 많은 연합 동아리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매 학기 도서⸱산간 지역으로 교육 여행을 떠나는 ‘여행하는 선생님들’에 들어오게 되었다.     


따듯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힘듦을 알고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 열심히 준비한 활동에 누구보다 크게 반응해 주는 사람, 처음 만난 어색한 분위기를 유쾌하게 풀어주는 사람, 항상 다정한 인사말로 안부를 묻는 사람, 상대방의 고민을 자기 고민처럼 들어주는 사람. 또 가끔 철없지만 왜인지 그 철없음이 밉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과 따듯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에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동아리에서 따듯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따듯함을 더 많이 느낄수록, 나 자신도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떻게 따듯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따듯함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끔 말투가 차갑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따듯함을 전달하는 것, 내가 따듯한 모습으로 단기간에 바뀌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간접적으로 ‘연락’을 통해 따듯함을 전달해 보기로 했다.     


이번 학기에 동아리에서 교육팀 팀장과 에세이 프로젝트 장의 역할을 맡았다. 이 역할을 하면서 카톡방에 공지를 자주 올리게 되었는데, 이때 좀 더 고민해서 따듯한 인사말을 보내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에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고. 날은 흐리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내면 좋을 것 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어떤 날은 힘든 날이었을 수도 있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은 하루로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연락했다. 평일이 거의 끝나고, 기다리던 주말이 눈앞에 있는 금요일에는 남은 하루도 힘내고 즐거운 주말 보내라는 말로 공지를 마무리했다.   


별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조그마한 힘, 따듯함을 가져다주길 바랐다. 하지만 따듯함이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생각해 보면 따듯한 말을 고민하는 과정도 따스했기 때문이다. 따듯한 단어를 생각하고, 문장을 고민했다. 내가 듣고 싶은 따듯한 말을 떠올리기도 했다. 과정에서 나도 따듯함을 느꼈다.      


곧 바로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따듯함은 전달된다. 내가 노력한 따듯함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으로 따듯함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 세상이 모두가 느끼기에 따듯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온기가 흐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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