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조금 안다.

초등학교 동창 한 명이 먼저 걸어간 길

by 황인득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
늘 같이 다니던 무리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카페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그땐 카페가 어떤 일인지 잘 몰랐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가게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가에 있는 카페를 인수해서 장사를 시작했다.
샷을 내릴 줄도 몰랐고,
카페를 운영해 본 적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쉬는 날은 따로 없었고, 가게가 곧 생활이었다.


원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려보고,
메뉴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가게를 채워갔다.
라떼아트를 연습하고,
재료를 직접 발로 뛰며 찾았다.
발주부터 정산까지
모든 걸 몸으로 겪으며 알아갔다.


나는 그 시기에 그 가게에 종종 나갔다.
크게 도움을 준 건 아니고,
정말 옆에서 조금 거드는 정도였다.
가게에 같이 앉아 있기도 했고,
힘들어 보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나 역시 퇴직 상태였다.
마음이 가볍다고 말하긴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들은 꽤 괜찮았다.
서로 힘든 걸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됐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게는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갔다.
그 과정을 옆에서 보면서도
그땐 그냥 “고생한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지금 내가 가게를 운영하고 나서야
그 친구가 보낸 시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겠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다는 것,
하면서 버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조금 감이 온다.


그 친구는 지금은 카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긴 어렵다.
그전에도 하고 싶은 걸 향해 움직였고,
그 이후에도 자기 선택을 이어갔다.
결국은 다 해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의 시간은 지금 내 가게에
많은 도움으로 남아 있다.
가게를 보러 다닐 때,
계약을 앞두고 고민할 때,
결정을 망설이는 순간마다
그 시절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땐 몰랐다.
고생이라고만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용기였다는 걸.


늦게서야 보게 된 존경이지만,
그래도 지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카페를 한다는 건 커피를 파는 일이라기보다
자기 시간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걸
그 친구를 통해,
그리고 지금의 나를 통해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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