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나오면 나는 늘 비슷한 사람이 된다.
집과 가게,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
생각해 보면 내 하루는 거의 이 두 곳 안에서 끝난다.
그래서일까.
일주일 중 쉬는 날이 오면
조금 어색해진다.
쉬는 날임에도
일어나는 시간은 늘 같다.
몸이 먼저 기억해 버린 시간처럼,
알람이 없어도 눈이 떠진다.
혼자 조용히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핸드폰을 의미 없이 넘기거나,
티비를 틀어두고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뭘 하든 특별한 건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완전히 쉬지 못한다.
쉬는 날이 어색한 건
일을 쉬어서가 아니라,
가게에 있는 내가 아닌 시간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예전처럼 하원을 챙길 일도 줄었고,
가끔 학원 차가 오지 않는 날에
픽업을 하는 정도다. 아이도, 나도
서로의 하루에 여백이 생긴 시기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회식은 없고,
술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사람들을 만날 일도 많지 않다.
친구들은 1년에 한두 번쯤 본다.
만나면 늘 좋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가끔 스친다.
그래서 말수가 줄고, 잠깐 멍해질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그 감정은 가족여행을 가도 비슷하다.
분명 나쁜 시간은 아닌데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지는 않는다.
이게 성향인지, 습관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가게에 잠깐 들러주는 친구들이 더 고맙다.
길게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
안부 묻고, 얼굴 보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내 일상에는 그런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집과 가게만 오가는 삶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내 성향과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고, 반복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
가게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내 얼굴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 무거워 보이고,
괜히 어색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반대로 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에는
걱정이 사라지진 않지만 묘한 안도가 남는다.
오늘 하루를 끝냈다는 느낌.
가게 안에서의 나는
책임지고, 버텨야 하는 사람이고
가게 밖에서의 나는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이다.
요즘은 그 두 모습이
모두 나라는 생각을 한다.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지금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가게를 나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