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을 안 나간다며 아침부터 기분 좋은 우리 딸. 1박 2일로 짧게 떠나는 여행이지만, 바다를 보러 간다며 며칠 전부터 설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여행 준비를 돕겠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자기 가방에 이것저것 챙기는 아이를 보며, 며칠을 고민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딸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잘한 선택 같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 준비는 아내의 몫이었다. 갑자기 떠나기로 한 터라 예약부터 짐 챙기기까지 아내가 부랴부랴 애를 썼다. 나는 그저 옆에서 거들 뿐이었다. 출발 당일, 출근하는 날처럼 눈이 일찍 떠졌다. 더 자도 되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어색함 때문이었을까, 옆에서 딸아이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일어났다.
오늘도 운전대는 아내가 잡았다. 미안하게도 나는 참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끝말잇기와 말장난을 하며 가는 동안, 아이가 작년보다 조금 더 컸다는 게 느껴졌다. 예전처럼 힘들어하지도 않았다.
화장실도 들를 겸 휴게소에 잠깐 멈췄다. 내가 좋아하는 호두과자를 샀다. 어릴 적엔 나도 먹고 싶어도 부모님 눈치를 봐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다행히 두 여자 모두 호두과자를 좋아한다.
시장에 들러 회를 떠 숙소로 들어갔다. 딸이 좋아하는 바다. 날이 추워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불멍도 하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숙소 매점에 마시멜로가 있어서 괜히 안도했다. 기분이 좋았는지 아이가 나에게 뽀뽀도 해준다. 평소엔 더럽다며 잘 안 하더니, 귀여운 녀석이다. 바다를 보니 내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오면 가게 생각을 안 하고 싶지만, 머릿속에 연결된 코드는 쉽게 뽑히지 않는다. 잠시라도 분리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비록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다들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셋이서 컵라면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는 주변을 한 바퀴 산책했다. 밤새 맘껏 놀았던 탓인지, 아쉬움에 더 있자고 조르지 않는 모습이 기특했다.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여름에 다시 오자는 아이의 말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제 곧 개학이다.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 텐데 잘 버텨준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그만큼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이 짧은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