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없어서 카페를 시작했다.

by 황인득


나는 크게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결혼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조금은 더 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미래의 가족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내세울 스펙도 없는 내가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장점이 무엇인지 오래 고민했다.


결국 남은 건 꾸준함과 성실함이었다.

하지만 그건 함께 일해봐야 알 수 있는 장점이지,

이력서에서는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자영업을 선택했다.

퇴사 후 첫 번째 선택은 편의점이었다.

형수님이 운영하던 편의점에서 점장으로 근무하며

6개월 동안 일을 배웠고, 편의점 창업을 했다.


놀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매출만큼 수익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건 사람이었다.

속을 썩이는 아르바이트생들.

물론 좋은 친구들도 많았지만,

몇 가지 결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야간 알바가 갑자기 나오지 않는 날들이 반복됐고,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조차 쉬지 못했다.

당시 규정상, 점주는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일은 따로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사건이었다.

신고자는 그 아이의 엄마였다.


황당했고, 억울했지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어느새 '나쁜 사장'이 되어 있었다.


그 일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연장 계약을 하지 않았고,

매장은 다음 점주에게 넘겼다.


정리 후에는 친구의 카페에서 일을 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을 돕다 보니 문득

치킨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카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커피 학원을 다니며 커피를 배웠다.

하지만 의지가 부족했던 걸까.

배우기는 했지만, 창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매물을 보던 중

우연히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처음으로 '오피스 상권'이라는 걸 알게 됐다.


프랜차이즈 카페였지만

매출은 너무나도 적었다.

금액은 매력적이었지만, 망설여졌다.


하지만 가게를 보러 다니는 것도 지쳐 있었고,

가진 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출이라는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매장을 선택했다.

아무리 못해도, 이전 사장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직장 때보다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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