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방이 해요, 아빠!

연우의 시간은 지금 굴러가는 중

by 연우주

"아빠, 빠방이 해요! 아빠는 이거, 연우는 이거."


연우는 유독 자동차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자동차가 가진 그 동그란 바퀴에 푹 빠진 것 같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매일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야 잠에 들 정도다.


내게 주차장은 매연 가득하고 위험한, 빨리 벗어나야 할 공간일 뿐이었다. 공기도 안 좋은곳에 왜 자꾸 가느냐며 아내 한결이에게 투덜대곤 했다.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보다 나의 편안함을 먼저 계산했던 고집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이었다.


수십 대의 차가 줄지어 선 무채색의 공간에서 연우는 기막히게 아빠의 차를 찾아낸다. 옆에 똑같은 모델과 색상의 차가 서 있어도 연우의 손가락은 정확히 우리 가족의 차를 향한다. "이거! 아빠 차!" 그 외침은 적막한 주차장을 단번에 엄마, 아빠의 흐뭇한 미소로 바꿔놓는다.


위험하다는 핑계로 아이의 세계를 가로막았던 내 모습이 못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한결이는 아이의 느린 시간을 견디며 곁에 가만히 앉아 있어 주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던 한결이의 배려가 그제야 대단하게 느껴졌다.


연우의 시선은 늘 낮게 머문다. 화려한 자동차 외관보다 바닥에 맞닿아 구르는 까만 바퀴에만 집중한다. 내게 바퀴는 그저 소모품일 뿐인, 아무 의미 없는 물체였다. 하지만 연우를 따라 엎드려 그 바퀴를 가만히 지켜보자, 그제야 보였다. 아이의 눈에 세상이 얼마나 크고 둥글게 담겨 있는지가.


동그란 바퀴에 푹 빠져 있는 아이의 통통한 볼을 보고 있으면, 어떤 깨달음보다 앞서 참지 못할 사랑스러움이 밀려온다. 당장이라도 그 귀여운 볼에 입을 맞추고 싶어지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아이의 볼에 얼굴을 부벼본다. 연우의 따뜻한 살결이 닿는 순간, 이 시간은 비로소 나의 우주가 된다.


연우는 자동차 놀이를 혼자 즐거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빠는 이거 해요."라며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내 손에 쥐여준다. 내가 그것을 굴리며 놀아주면, 금세 내 것이 탐나는지 슬그머니 자기 것과 바꿔 가기도 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와 씨름하다 보면 문득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빠, 빠방이 해요." 내 손바닥에 닿던 장난감 자동차의 딱딱한 감촉과 무언가에 푹 빠져 있던 아이의 시선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저렇게 빤히,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본 적이 있었나.


아이의 그 순수한 몰입을 떠올리다 보면 가끔은 마우스 위를 겉도는 내 손끝이 낯설어 멍해지기도 한다.

그때 조금 더 집중해서 놀아줄걸. 아이가 내민 장난감 차를 더 기쁘게 받아 줄걸. 미처 다 채워주지 못한 마음이 뒤늦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 한구석을 둥글게 맴돈다.


내일은 주차장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야겠다.

연우의 바퀴가 그리는 동그란 행복을 함께

지켜봐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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