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 설렘과 현실 사이에서 발견한 것

by 연우주

매년 한 번, 우리 가족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한다. 이번 목적지는 베트남의 진주라 불리는 푸꾸옥. 15개월이 된 연우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자, 장모님의 환갑을 기념하는 특별한 여정이었다. 아이와 조금 더 친밀해지리라는 기대, 그리고 남국의 태양 아래서 누릴 여유를 상상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푸꾸옥의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기대는 습한 공기와 함께 현실로 내려앉았다. 낯선 환경은 15개월 아이에게 설렘이 아닌 공포였다. 첫 물놀이를 위해 준비한 야외 수영장에서 연우는 바닥에 발을 딛는 것조차 거부했다. 화려한 튜브는 짐이 되었고, 기대했던 물놀이는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허망하게 끝이 났다.


울음을 그친 뒤


"여기는 여행지인데,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데..."


야속한 마음이 고개를 들 때쯤, 우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에게 이 낯선 푸른 물덩어리가 얼마나 거대한 벽일지 이해하기로 했다. 다음 날, 우리는 무리하게 아이를 물로 이끄는 대신 '기다림'을 선택했다.


내가 먼저물속으로 들어가 즐겁게 웃어 보이고, 익숙한 장난감으로 경계심을 허물었다. 한 시간의 긴 마중 끝에 연우는 마침내 엄마의 품에 안겨 물속에 발끝을 담갔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 물러나니, 비로소 여행이 여행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수확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엄마와 장모님이 스노클링을 떠난 사이, 연우와 나에게 주어진 단둘만의 시간. 엄마 곁에선 엄마만 찾던 연우가, 막상 단둘이 남겨지자 의젓한 동료가 되어주었다. 그토록 싫어하던 튜브 위에서 낮잠을 자고, 유모차를 타고 지나가는 트럭과 오토바이를 구경하며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푸꾸옥을 즐겼다. 아이는 물놀이보다 아빠와 함께하는 산책로의 자동차 소리에 더 밝게 웃어주었다.



여행의 끝자락, 연우는 푸꾸옥에 완벽히 적응한 듯 보였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이 단단히 삐쳐 있었다. 집만큼 자유롭지 못한 환경, 지친 엄마 아빠가 예전만큼 안아주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아이의 작은 어깨에 묻어났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나는 다짐했다. 다음 여행에서는 더 많이 안아주겠노라고. 여행은 멋진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서로의 서운함을 보듬고 보폭을 맞춰가는 과정임을 연우가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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