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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PAPA Jul 01. 2023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

U

7월은 달력에 빨간 날이 없다.

검색해 보니 제헌절의 공휴일 제외 후 다른 해에도 7월원래 빨간 날이 없었다는 걸 확인했다.

무더워지는 7월. 이열치열, 이일저일 열심히 하면서 담금질을 하라는 깊은 뜻인 걸까.

그래도 회사생활에 빨간 날은 숨통을 틔워주는 활력소이자 재충전의 시간인데 내심 아쉽다.

작은 사업을 하시는 한 지인 형님께서 빨간 날이 많은 달이 제일 싫다고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는 사장님과 쉬면서도 월급 받는 직원의 빨간 날을 맞이하는 인식 차이.


올해 5월 말 6월 초는 위 지인 형님께는 천불이 나는 시기 셨겠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한 쉼표의 시기였다.

부처님도 여유롭게 다녀가셨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예전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현재를 물려받았음에 다시금 감사를 가져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남은 2023년의 계획 구상과, 절정을 치닫던 회사생활 지속 여부 고민에 대한 탐색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혼자 고민만 하느니 주변에 실제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혹은 추진 중인 지인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근황도 들을 겸 미뤄왔던 약속들을 잡았다.

U도 꼭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그는 정확하게는 같은 회사 사람은 아니다.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다니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다.

오래전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큰 도움을 주었던 사수 선배 Y의 남자친구였고 현재의 남편이기도 하다.

내 기억에 두 사람은 그룹 내 행사에서 처음 만났고, 그의 꽤 오랜 구애 끝 교제를 시작했는데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다양하게 이뤄진다는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와 선배의 소개로 만난 우리.

20대 후반의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은 금세 가까워졌고 이후 커플 동반으로, 결혼 이후에는 부부 동반으로 함께 만나고는 했다.

선배가 임신과 출산 후 다른 일을 준비하며 회사를 떠난 후, 정작 그녀와는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사이가 되었지만 오히려 U와는 따로 연락을 지속하면서 종종 만나왔다.


같은 회사가 아니기에 그의 회사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평판까지는 알 수 없다.

내가 그를 통해 직접 들은 정보로만 말하자면 그는 어느 순간 회사 내에서의 성장보다는 외부에서의 기회 모색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흔히 하듯 회사 내에서 승진이나 고과, 경력관리에 유리한 부서로의 이동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근무 시간 내 빠른 업무처리가 가능하고 업무 강도가 낮은 지원부서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이 정도면 차라리 퇴사나 이직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 싶지만 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우선 그의 아내(이자 나의 선배였던)가 더 활발 외부 활동들을 하면서 가정에서 공격수 역할을 다. 그는 그대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수비수의 역할을 맡아야 했.


그리고 회사라는 울타리가 주는 분명한 혜택들.

은행들은 개인의 이름이 아닌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증명과 급여명세서를 신용으로 많대출을 해준다.

일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복지 추가 저리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회사가 알아서 척척 납부해 주는 4대 보험료.

회사원은 회사원 나름대로 유리지갑이나 세금폭탄이라고 하지만, 회사 밖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회사 밖의 지뢰들도 대비가 필요한 문제가 많다.

회사 안은 동물원 우리고, 회사 밖은 정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부가적 이유들로 그는 흔히 말하는 9 to 6의 회사생활에 집중하며,

회사 일은 회사 내에서 무조건 끝내고 일퇴(일찍 퇴근) 후의 삶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MBC, '놀면 뭐하니' 부캐의 세계]


궁금해지는 회사 밖 그의 포트폴리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자산증식을 위해 병행하는 것처럼 열심히 투자를 공부하고 실제로 투자를 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경험과 지식들을 모 사이트에 체계적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것은 최근 만남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딸아이와의 추억들을 글로 남겨 보았다고 근황을 전하자 자신이 쓴 글 하나를 보여주었다.

(슬쩍 본 닉네임을 외워두었다가 이웃독자 추가를 해 준 것은 나만의 비밀이다.)

늘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힐 때 비로소 그는 관련한 자신의 더 많은 경험을 풀어주곤 했다.


그리고 그는 회사 밖에서는 사장님으로 불린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인기 프랜차이즈를 꽤 여러 개 운영하시는 점주님이다.

매니저들이 있지만 중요한 마감이나 본사 점검은 본인이 대응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사장님 나오라 그래'라는 컴플레인 호출에 연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로 대처했던 에피소드도 웃음 반, 분노 반을 섞어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그 와중에 온라인 쇼핑몰도 했었다고 한다.

이 정도만 해도 그가 회사 내보다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회사 밖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부에 욕심이 많은 그는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학위나 인맥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정말 관심 분야의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라 한다.

이미 석사학위를 땄음에도 다른 전공으로 다른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에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새로운 악기를 취미를 배우고 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하고 에너지가 많은 친구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예체능 분야를 하다가 아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인문 계열로 진학한 케이스였다.

타고난 역량인지 짧은 기간의 전환경험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인지 그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도전적이고 적극적이었다.

그와 달리 나는 나의 20대를 꽤 오랜 시간 후회하며 살았다.

수년 대학 입시에 온 힘을 쏟은 10대는 나이가 들어서도 가끔씩 악몽을 꿨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정작 대학 입학 후터의 20대 적당히 그럴싸해 보지만 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선택만 하며 살아었던 것만 같다.

뭐든 열심히 해야 후회가 없다는 말을 절감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라도 한 번 해봐!"


최근에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나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이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분야라 함부로 상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그는 직접 경험한 영역에서 자본금을 최소화하여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 등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어떤 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원했다기보다는 내 생각의 확신을 더하기 위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무슨 일이든 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결단과 실행이라는 것을.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배움으로 남는다면 앞으로 걸어갈 나의 길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만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그의 각 변화였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지셨으나 올해 초 그의 어머님이 큰 수술을 하셔야 할 정도로 갑작스레 편찮으시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로 인해 그의 가치관이 조금 변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돈을 버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돈을 많이 벌수록 삶이 편리하다는 걸 느끼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님의 발병 후 사람 언제 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자,

어차피 죽으면 하나도 못 가지고 갈 돈, 살면서 좋은 데 많이 쓰고 죽자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좋은 일에 돈을 많이 쓰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일에 많이 쓰고 죽을 거라는 얘기를 했다.


많이 해내본 자, 가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내공이라는 생각이 한 편으로 들면서,

왠지 그면 결국 그가 생각하고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을 처음 구상할 때 나의 고민 상 후반부에 쓰고 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먼저 이렇게 쓰게 된 것은 최근에 그를 만난 후 느낀 좋은 마음과 의미 있는 추억들이 퇴색되기 전, 빨리 글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를 비롯한 많은 소중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절정으로 치닫던 회사에 대한 나의 고민들은 생각보다 말하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갔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후회 없이 뭐라도 열심히 해보자.'


회사 외부 하고 싶은 일들초에 방향을 확실히 정한 그와 달리,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을 욕심 가득 붙잡고 만 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고민하며 에너지 낭비할 바에야, 지금은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보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회사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쉬는 날에도 사실상 돈을 받고 4대 보험 등 각종 혜택과 복지를 받는 이상 회사가 하라는 일을 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동시에 하라는 일을 효율적으로 책임감 있게 잘 끝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발언권이 생긴다는 것도 최근에 크게 깨닫게 된 사실이다.

하라는 일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면 밉상이겠지만,

무슨 일이든 맡겼을 때 열심해 해내는 사람이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하면 나라도 한 번 해보라는 기회를 줄 것 같다.


변화와 개선에 대한 지금의 이 마음과 의지를 잃지 말고 실행하며 살자고 다짐하면서, 다시금 그가 했던 말을 곱씹어본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라도 한 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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