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이 준 확신

by 나디아


올콧 작은 별장에서 삼시 세 끼를 해결하던 때가 있었다.


봄기운이 살랑살랑 불러오는 어느 날 나는 한국에서 먹던 김볶밥이 그리워 아침부터 분주했다.


“김치볶음밥 할 수 있는 사람?”

“누가 할래?”


요리에 자신이 없어 서로 미루던 그때

차례대로 고개를 돌린 그 끝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난 이날의 김볶밥 요리사였다.


기름 냄새가 온 집안을 채우고 비로소 완성되었다.

나는 내가 요리한 김치볶음밥을 난생처음 남들에게 선보였다.


한 입을 먼저 든 친구가 말했다.

“오 맛있다!”


그 말로 내 안에 일던 긴장의 파도가 잔잔해졌다.

그리고 작게

‘휴’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전까지 내 선택에 완전한 확신이 없었다.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는 게 잦았던 이유도 내 선택보단 다른 이에 선택이 나을 거라는 내적 끌림 때문이었다. 그랬던 나는 여행을 통해 완전히 바뀌었다.

내 선택이 맞았다는 (애초에 ‘맞은’ 선택은 없다. ‘나은’ 선택만이 있을 뿐) 순간들을 여행하면서 많이 겪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단단해졌다. 김치볶음밥을 친구들 앞에서 처음 선보일 때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어쩌면 맛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이 들었다. 그런 두려움을 애써 떨쳐버리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상 속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나의 김치볶음밥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순간 기뻤다. 맛있다는 타인의 인정도 받았다. 불안하고 확신 없던 선택이 확고해지는 순간이다.

고작 김치볶음밥으로 선택의 확신을 논하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정말 사소한 것에서 엄중한 것을 발견하고 본인 삶에 적용하며 그렇게 단단해진다. 우리 모두가 세모난 돌이라면 삶 속에서 어떻게든 굴러가면서 다듬어져 둥글게 되는 것이다. 김치볶음밥 만들면서 확신을 얻은 순간들을 떠올리며 글로 되새기는 지금, 여행을 통해 난 얼마나 더 단단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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