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던 밤, 연극이 끝나다

이혼 후 5년, 수차례의 여진마저 끝내다

by 서우

토록!

느닷없이 비가 나린다.

투두둑!

굵어진 빗줄기가 돌아 서려는 나를

붙잡는다.

투둑! 투두둑!

나 조차도 높이를 가늠 못 할 만큼

긴 세월 쌓아두기만 했던

내 슬픔과 아픔을 더는 모른 채 말라며

그 밤의 가을비는 창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로 나를 깨운다.

토록! 투두둑! 후두두둑!

포기 않고 창을 두드리는 것으로 쉼없이

나를 재촉한다.

돌아보니 그랬더랬다.

진짜 나를 환한 웃음 뒤에 꽁꽁 숨겨두고,

나는 괜찮다, 괜찮을 거다

애써 눈감고 귀 닫으며 스스로를 기만해왔다.

그 틈에 드러낸 적 없었던 분노와 회한

그리고 원망들은 터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어느 가을 밤 내린 빗줄기를 타고

구조를 요청한다.

더는 외면하지 말라고,

이젠 감춰둘 수 없다고

거센 빗소리에 격려와 위로를 담아 일깨운다.


후... 둑!.. 톡.. 톡.... 톡!

하늘의 뜻과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

내 나이 쉰이 되어서야,

망가져버린 내 몸을,

고단했던 내 삶을 마주 한다.

이제서야 아프다 외쳐도 보고

이제서야 서럽다 울어도 보며

버려질까 싶은 두려움에

애써 미소 뒤로 감춰왔던

진짜 나를 드러내어 본다.


더는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입맛 없다, 배 부르다 물러 나지도

아프고 힘든데도 폐 끼칠까 참아 내지도

갖고픈 것 앞에서

욕심 없는 척 양보하지도 않을 것이다.

굳이 참아내거나 묵과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며느리도 착한 사람도 아니다.

내 아이들의 엄마로,

노력하는 글쟁이로만 존재할 것이다.

이혼이라는 지진 뒤 지속되어온 여진마저 이제는 없을 것이다. 아니, 있더라도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할 것이다.

내 삶에, 유나 자신에게만 가혹했던 연극은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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