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과정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성숙하며 이성적이고 객관적입니다. 부모에게 드러내지 않을 뿐, 세심히 관찰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하죠. 부모와 자신의 관계는 물는 엄마, 아빠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는지도 빠르게 파악하고 있기에 부모는 아이 앞에서 극단적인 감정표현이나 언어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부모는 어린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는 세상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데 엄마 아빠가 서로를 힐난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마치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세계가 부서지고 파괴되는 것과 다름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죠.
싸우는 거 부모 사이에 있는 아이는 그 상황을 회피하고픈 마음에 잠이 든 척하거나 애써 밝은 척 연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러난 표정과 달리 아이의 마음은 상처 입고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내 친구의 부모님들처럼 다투고 이혼하여 어느 한 분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잘못해서일까? 혹은 내가 너무 말을 안 듣고 공부를 못해서 이렇게 된 것일까? 내가 말 잘 듣고 변화하면 두 분 사이가 좋아질까? 등등 상황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나아가기 위해 작디작은 머리와 콩닥이는 가슴이 안쓰러울 정도로 바삐 돌아갑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아이가 부모의 다툼과 헤어짐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기도 한다는 점입 니다. 솔직히 말하고 상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하고 명징하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이야기인데도, 아직 어린아이이니 말해봐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추측 때문에 부모님은 결국 침묵과 회피를 택해 아이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고민하며 자신을 탓하고 멍들어갑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혼을 결정할 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합니다. 세 살이 넘은 아이라면 이혼이 무엇인지, 그리고 헤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능한 한 쉽고 짧은 단어를 선택하여 말해주고 이해시키려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아이의 집중력은 세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5분에서 10분,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의 경우 10분에서 15분, 초등 고학년은 20분에서 30분 정도임을 감안하여 한 번에 모든 설명을 끝내려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이해시켜야 합니다. 물론, 이혼을 아이에게 이야기할 정도라면 이미 마음으로는 이혼을 결심한 후이겠으나 형식적으로 라도 아이의 의견을 묻고 들어주며 이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 경우, 그럴 수 없는 이유까지 궁금해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를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잊히지만, 아이 역시 두 사람의 이혼으로 인해 익숙했던 생활 속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하고 나름 꿈꾸고 사랑했던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주요 당사자이니까요.
이혼은 가족 간의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부모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나 아이의 성향이나 이혼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한, 두 번 정도는 아이가 신뢰와 친밀감을 느끼는 제삼자가 현재 부모님의 상황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불안하지는 않은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묻고 오해 없도록 미리 설명해 주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궁금하거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차마 물어보기 겁이 날 수도, 아이 입장에서 털어놓고 싶어도 솔직히 답하기 어려운 감정변화를 겪고 있을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가까운 이에게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타인에게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성향의 아이도 있으므로, 이혼 전부터 아이가 의지하는 누군가이거나 소아 청소년과 또는 전문 상담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혼에 따른 감정 변화와
현실 속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어렵고 힘들겧으나, 부모와 지인들이 아이가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모든 과정에 함께 노력한다면, 이혼 전부터 후까지 오로지 자녀의 심리 변화와 반응에만 집중하느라 이혼 당사자인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생겨나는 일상의 공백을 조금씩 메워갈 수 있으며, 마음의 상처도 서로 치유해 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아이는 이미 세상의 많은 것들을 깨닫고 자신만의 세계를 스스로 계획하고 이끌어가며, 세상을 자신의 그릇에 담아낼 줄 아는 작지만 위대한 철학자입니다. 아이가 모를 거라고, 상처만 받게 될 뿐이라고 쉽게 단정 짓기 전에, 내 아이의 손을 잡고, 두 눈을 마주하며 차분히 이야기 나눈다면, 이해시키는 단계를 넘어 상상조차 못 했을 현명하고 지혜로운 답과 위로를 듣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내 아이를 향한 믿음과 진실되고 긍정적인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