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마법의 두 단어이다.
여행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조금 중2병스럽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좋아서요.
이 말을 듣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풋, 웃고 만다.
하지만 난 진심이다.
방콕의 야시장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기운
도쿄 거리에서 버스킹을 구경하는 수많은 인파
그 속에서 내 말을 알아듣는 이도 없고,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완벽한 이방인이 된다.
그 느낌이 좋다.
사진이 왜 좋냐고 물으면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조금 뻔한 답이긴 하지만 달리 다른 답이 없다.
기억은 퇴색되어도 사진을 보면 다시 그때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때문에 여행이 늘어나면 추억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사진도 덩달아 늘어나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약 2년 정도 쉬었다.
매년 한 번씩은 꼭 가려고 했었는데
재취업 준비기간 동안은 집중하자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꿈을 접을 때는 다시 펴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1년 반 동안 매진해왔던 꿈을 접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꿈을 접기 위해선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잊고 있던 여행을 떠나자.
그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한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유럽여행 일정을 짰다.
20대 초반에 막연하게 언젠가는 유럽여행을 가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유럽 땅을 언제 밟을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꿈의 도시였던 런던,
감성과 낭만이 흘러넘치는 파리,
자연을 느낄 수 있던 인터라켄,
도시와 유적을 함께 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그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
내가 혼자 왔으니, 대개 사진을 부탁드리면서 말을 걸었었는데
사진들을 보면 그때 찍어준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 선명하다.
웃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게 아닌데도
그들이 든 카메라 앞에 서면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몇 달 전의 사진을 보고있는 내 얼굴에도 조용히 미소가 번진다.
벌써 이렇게 타국 땅을 그리워하는 걸 보면,
또 다시 여행에 나설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