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스물이 되었을 때의 나는
번화가를 누비며 술을 마시러 다니고
괜히 한 번 담배를 사보기도 했다.
그땐 학생에서 어른의 경계로 향하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간 기분이 들어
매일매일을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다.
당시엔 몰랐다.
나는 '성인'이 된 것이지 '어른'이 된 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내 연령은 '성인'의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그것이 곧 철든 '어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학교에서 마주한 다양한 연령대의 동기들을 보면서
진짜 어른이란 뭘까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졸업반이 되어서야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이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기분 나쁘다고 부루퉁한 표정으로 있고,
좋아하는 사람한텐 잘해주고 싫어하는 사람한텐 쌀쌀맞고.
이런 애 같은 행동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이 정말 멋있는 '진짜 어른'처럼 보였다.
그렇게 내가 몇 년만에 깨달은 바를
친한 언니와 통화하며 잔뜩 흥분한 채로 말했다.
회사에 들어가면 다 그런 사람들만 있을텐데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하는 둥의 푸념도 섞여있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언니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아니야."
"너가 말한 사람들이 진짜 어른이면
회사에는 애들밖에 없어."
언니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에이, 설마요했다.
진짜야. 다들 기분 나쁜 거 티 내고, 네 편 내 편 나누기도 잘한다며
언니는 자조 섞인 웃음을 덧붙이며 말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정말 언니의 말처럼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른의 탈을 쓴 아이들도 무수히 섞여있었다.
지긋하게 나이 든 어른의 모습을 하고서는 떼쓰는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도 어려보이는데 더 성숙하고 똑부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언니가 말한 게 이런 거였구나.
직장 생활을 하게된지 몇개월이 지난 지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가 생각하던 '진짜 어른'의 모습인가.
내가 봤을 땐 아직 아이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적어도 그 모습에 닮아가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