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의 의미

by 여운

생일은 내가 한 해동안 얼마나 잘 살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날 같다.


공교롭게도 내 생일은 딱 1월에 있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에 좋은 날이다.


생일 밤 자정이 되면, 괜히 기대를 안하고 싶다가도

은근히 누구에게 연락이 왔을까 휴대폰을 신경 쓰게 된다.


그냥 지금 보지 말고 내일 아침에 한꺼번에 보자,

생각하며 살짝 들뜬 마음을 눌러주고는 잠을 청한다.


내가 벌써 태어난지 이만큼 시간이 지났다니 말도 안 돼.

근데 나 작년 생일에는 뭐했더라. 이따 뭐 입지.

생각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머릿속 불이 탁 꺼지고,

다시 불이 들어오면 생일 아침이 밝아있다.


미역국을 먹으며 가족들의 축하를 받고

연인을 만나 평소보다 비싼 식사를 하며

이따금씩 울리는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몇 년 만에 연락 오는 친구,

매해 꼬박꼬박 웃긴 짤과 함께 축하해주는 10년지기,

조금은 뜬금 없다고 느꼈던 전 직장 동료 등등


생각보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메세지들을 보며 혼자서 빙긋 웃다가

친구의 따뜻한 문장에 코끝이 잠시 찡해진다.

행복에 푹 잠기게 되는 1년 중 몇 안 되는 날이다.




생일도 결국 365일 중 하루일 뿐이다.

그래서 매해 어느 정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는데도

항상 기다려진다.


생일이 지나기 몇 분 전, 하루동안 온 연락들을 내려보다가

뜻밖의 사람의 이름에 미소가 지어지고

원했던 사람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서 잠시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나도 암흑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는

나 자신을 챙기기 급급해서 연락을 못하기도 했으니까.

또는 단순히 잊어버린 걸 수도 있고.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 사람들의 하루 또한 평안했기를 바란다.




저물어가는 생일을 곱씹어보며 올해 목표를 정했다.

조건 없이, 내 사람들 잘 챙기기.


예전엔 내가 남을 챙기면 나에게도 그 챙김이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설령 그 챙김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생일은 내가 한 해동안 어떻게 잘 살아갈지를

마음을 다잡는 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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