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면 추억이 된다

by 여운

방 정리를 할 때 나에게 가장 반가운 물건은

어린 시절 앨범도 아니고,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도 아닌

한 애니메이션의 다이어리였다.


일주일에 천원이었던 용돈을

꼬박 한 달을 모아 어렵게 산 것이었는데,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다이어리는 처음 산 상태 그대로 깨끗하다.


동네 친구들이랑 놀 때면 아이들은

자기가 가진 다이어리를 꼭 가지고 나와서

놀곤 했는데 난 그럴 수 없었다.


소중한 물건은 사용하는 게 너무 아까웠다.

무섭다고 해야될까.

만약 다 써버리면 그 물건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는 "아끼다 똥 된다."

라는 말을 하며 사용하길 부추겼는데

혹여나 뺏겨버릴까봐 나는 절대 손에서

그것을 놓지 않았다.


어린 날의 치기로 끝나고 말 줄 알았던 내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4년 전 생일에 받은 좋아하는 캐릭터 대형 인형이

아직도 포장을 벗지 못한 채 옷장 속에 숨어있는 것을 보며

이 글감이 떠올랐다.


아끼다 똥 된다는 어머니의 지극히

냉정한 사고방식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아끼면 추억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근데 이제 버릴 물건은 좀 잘 버리고 싶다... :)


작가의 이전글생일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