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싫어

by 여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달은 3월이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 시기는

'봄'도 꺼리고 '시작'도 부담스러워하는 나의 미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격에 자기소개는 해야되고.

간질거리는 봄바람에 잔뜩 들떠보이는 사람들,

그 들뜬 마음에 함께 응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싫었다.


이런 얘기를 입밖으로 꺼내면

따뜻한 날씨와 달리 분위기가 얼어버릴 것을 알기에

다이어리에 끄적일 뿐 깊게 누군가에게 얘기한 적은 없다.


봄이 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속으로 주문을 되뇌이면서도 내 안에 잠재된

부정성은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함께 떠올랐다.

'나는 이렇게 춥고 어두운데, 너희들은 신나보인다.'

마치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빌런이 할 것만 같은 대사를 속으로 중얼댄다.


그럼 우리의 히로인이 나타나 다독여준다.

'그렇다고 매년 봄마다 이렇게 우울해할 순 없잖아.

계절은 매번 돌아올텐데.'


그 말도 맞다. 다행인 건 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이다.

추웠던 날이 차츰 멀어지고 나면 벚꽃이 흩날리고,

눈 깜짝할 새에 여름이 시작된다.


빌런이 항상 이기던 매년 봄,

그래서 증오 시기 질투심으로 가득차있던 날들이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히로인이 이겼다.

왜일까, 왜 이번엔 나도 봄의 들뜸에 동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내 마음 속에 이제 빌런보다, 히로인이 더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싫어하는 달?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내가 아무리 싫어하고 혐오해도 봄은 항상 내 앞에 나타날테니

이제 조금은 무던해졌다.


그래서 개구리가 울음 소리를 낸다는 오늘도

무던히 하루를 살아간다.

다가오는 봄의 기운이 이제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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