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는 나에게 곧 놀이터였다.
500원짜리 미니 이야기책,
지우개똥을 청소해주는 롤러지우개,
알록달록 아바타 스티커북.
이런 것들을 구경하고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는 문방구 3개가 연달아 있었다.
어른들 눈에는 비슷해보였겠지만
우리들 눈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A문방구는 제품은 많고 깔끔하지만 사장님이 불친절했고,
B문방구는 친근하지만 주인아저씨가 말이 너무 많았다.
C문방구는 노년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천원짜리를 사도
항상 800원으로 깎아주곤 하셨다.
그래서 친구들은 C문방구를 가장 좋아했다.
남은 돈으로 군것질거리를 살 수 있었고,
혹은 그것을 한 푼 두 푼 모아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C문방구가 학교와 가장 먼데도 항상 그곳만 갔다.
물론 사장님 부부도 친절하셨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 문방구만의 냄새가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오래된 냄새였다.
가장 오래된 곳이니 옛날 물건들에서 나는 냄새인가.
친구들에게 몇 번 동조를 구해봤으나
아이들은 달고나 냄새 말하는 거냐며 물음표를 띄웠다.
어쨌든 그 냄새 또한 내가 C문방구를 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뒤,
교복을 입은 채 도서관을 가다가 그곳을 지나쳤다.
지나는 김에 쫀디기라도 사먹으려고 했는데.
없었다. 문방구는 사라져있었다.
아쉬운대로 옆 가게에 자주 가던 떡볶이집이라도 들렀다.
그리고 거기서 C문방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부부 중 할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폐업하셨다고.
인자하게 웃으시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로부터 다시 몇 년 뒤,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가 있었다.
이번엔 운전대를 잡고 있어서 직접 내려서 보지 못했지만,
나의 기억 속에 있던 A,B,C문방구 모두 모습을 감췄다.
가장 앞 쪽에 있는 A문방구만이 편의점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목을 쭉 빼서 보려는데 뒤에서 클락션이 울렸다.
나는 끝까지 사이드미러로 문방구의 잔상을 쫓았다.
할아버지 몸은 괜찮아지셨을까.
이미 10년도 더 된, 너무 늦은 걱정이었다.
분명히 그렇게 선명했던 문방구의 냄새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다시 그 따뜻한 냄새를 맡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