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반에는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제도가 있었다.
벌점을 받거나 무언가 잘못한 일이 생기면
자신을 조금 꾸짖으며 되돌아보게 하는 일종의 반성문이었다.
나는 1년 동안 딱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아마 방과후 활동 시간에 친구랑 땡땡이를 쳤던 것 같다.-
반성문임에도 편지라는 말이 붙어서 그런지
오히려 신나서 재밌게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땐 구구절절 말하느라 A4용지 한 장을 다 채웠었는데
(물론 짧게 쓰면 성의 없어보일까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나에겐 딱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그냥 해."
내 성격의 단점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잘 나가다가도 한번씩 브레이크를 밟고 나에게 묻는다.
이렇게 살면 되는 건가.
일단 살고는 있고, 뭔가 하고는 있다.
근데 이게 맞나. 아무 재미가 없는데.
사람이 어떻게 맨날 재밌는 거만 하고 살아.
싫어하는 것도 해야 네가 좋아하는 게 재밌지.
그 말도 맞아. 그래도.....
아냐, 토달지 마. 그냥 해. 잘하고 있어.
제3자가 되어 나에게 닿을 수 있다면
나를 찐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