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옳았을까?

by 자달매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 글을 읽는 것보다 접하기 편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 작품을 보면서 만든 이의 의도와 관점이 *감탄을 불러올 땐 내 마음속에 자연스레 *순위가 매겨진다. 오늘은 내 마음속 높은 순위를 차지한, 덴젤 워싱턴이 주연인, 냉전 시대 제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쿠바 핵미사일 사건"을 모티브로 쓴 영화 "크림슨 타이드"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누구의 의견이 옳았을까?
*상명하복 정신으로 무장된 참된 군인 프랭크 램지 함장은 (대령) 미국 핵 잠수함(앨리 배머)을 지휘하는 사령관이다. 또 다른 주인공 론 헌터(소령)는 미국해군사관학교를 나온 엘리트이며 작 중에서 이 앨리 배며 호에 갓 탑승한 신임 부장이다. 이 앨리배머 호는 핵탄두를 가진 잠수함이고, 전략적 핵을 사용할 때는 무기장교, 신임부장, 함장 순의 3인 장교의 승인이 있어야지만 발포할 수 있도록 시스템(system)화 되어있다.

-초-중간 내용은 생략하고 이 극 절정의 사건을 묘사하려고 한다.- 냉전시대 국방안보를 위해 오랜 기간 작전에 투입된 앨리버머 호에서 적군 러시아 잠수정이 미 본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프랭크함장은 즉시 핵 대응을 위한 준비를 명령했는데, 하필 이때 사령부(본부)와 교신이 끊긴다. 정보의 최신화와 정확한 명령체계 이행을 위해선 본부와의 통신이 필수인 상황인데, 지휘관들은 핵을 쏘는 일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했다.

미국 본토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이런 상황에서 프랭크 함장은 핵 사용을 명령한다. 하지만 신임부장 헌터는 동의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가장 최근 수집한 정보로는 미국본토에 핵미사일 공격이 실행되었다. 당장 대응해야 한다. - 프랭크 함장
2) 잘못된 핵미사일 발사는 세계전역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 신중을 가하자. - 헌터 부장
둘 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둘 중 누구를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극 중에선 명령 불복종으로 헌터 소령을 체포해 구금하라는 프랭크 함장의 명령이 있었고, 상황은 핵발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헌터 부장은 그를 따르는 몇 명의 군인들을 대동하여 옳지 못한 명령을 내린다는 명목으로 지휘권을 박탈, 프랭크 함장을 구금한다. (이때까지는 본부와 통신 불가였다.) 이후 통신재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곧 통신을 위한 조치를 취한 뒤 적군이 핵을 쏜다는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랭크함장은 곧장 핵 발사 명령을 철회한다. 이로써 핵미사일 오용 작전은 마무리된다.

(이후 스포일러) 사령부로 복귀한 후 세계 3차 대전을 유발할뻔한 프랭크 함장과 부하 앞에서 지휘관에게 명령불복종을 한 헌터 소령 둘 다 군법재판에 회부된다. 그리고 군법 위원회는 한평생 미해군을 위해 봉사한 프랭크 함장에겐 조기 은퇴를 선고했고 헌터 소령에겐 다음 함장 진급(프랭크 함장 추천)을 명령했다.

지극히 미국 블록버스터다운 아름다운 결론이다. 또한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실패를 외면하거나 숨길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다음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삼는다는 뉘앙스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예찬론은 잠시 접어두고*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군인은 지휘관의 판단이 틀려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은 예상치 못한 거대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 적군이 핵미사일을 발포했다면 함장의 판단이 옳았겠다. 하지만 극 중에선 다행히 헌터 소령의 판단이 옳았고 덕분에 극 중 세계는 평화라는 고무줄이 끊기지 않았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쿠바 핵미사일 대립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영화. 실제로 핵대립을 하던 이 시기 뉴욕등 미국 국민들은 이 시기를 불안과 고통으로 살아갔다. 그 시절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던 미국. 핵탄두는 보유했으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역량이 부족했던 러시아의 쿠바미사일기지 건설 뉴스는 미국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1962년 10월 28일 '소련이 선제 핵공격을 했다!'는 경보가 북미방공사령부(NORAD)에 울려 퍼졌다. 사실 이는 군사훈련 중 발생한 오보였고, 핵이 터질 해당 지역이 상태가 멀쩡하다는 보고를 받고 핵 대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이러한 역사와 배경 덕분인지 지금 미국의 핵미사일 운용 시스템(system)은 보다 더 신중을 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다. 상향식 결정에서 수평적 결정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나는 누군가와 의견대립이 발생할 때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대입해 보았다. 더러는 판단근거나 상황해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자존심만을 채웠다. 그 자존심이 나를 지탱해 준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는 이내 완고해지는 알량함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던 당사자 모두를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야 우리 모두는 살아온 가치관과 배경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역사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추후 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그날을 위해 많이 보고 읽고 쓰자. 그리하여 더 좋은 결정을 위해서 나의 칼날을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엔 옳은 판단을 위해 결정을 바꾼 프랭크함장과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헌터 소령처럼. 둘 다 틀리고 둘 다 옳은 결정을 할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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