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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Nov 27. 2023

굳이 굳이 낭만 찾기

LA 여행, 베니스 비치에서 만난 상상 속의 부부

 "부부끼리는 스킨십하는 거 아니야."

나는 미혼이기 때문에 여전히 이 말을 이해하진 못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이 사상(?)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예전에 어떤 친구의 경험담이다. 과거 제주도에는 일부다처였던 문화의 영향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의 경우는 부인이 여러 명인 경우가 아직 있다고 한다. 그 친구네가 제주도로 잠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친구의 부모님이 너무 알콩달콩하다는 이유로 주변 어르신들에게 어머니께서 첩이라는 오해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뭐, 내가 사는 동네의 문화가 아니라 들은 바로 여기까지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부부끼리 너무 사이가 좋으면 의심부터 사게 되는 우리나라의 문화는 미혼인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로망을 확 깨버린다.

 하지만 가끔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이 흔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사이좋은 노부부의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과연 대한민국에서?라는 의구심도 든다.


 신기하게도 미국에서는 많은 커플 또는 부부들이 상당히 다정해 보였다. 국적을 불문하고 말이다. 그들이 부부인지 연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의 스킨십과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은 보는 나 조차도 웃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이라서 가능한 걸까?'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날이 추수감사절이라 샌타모니카에서 가고자 했던 가게들이 죄다 문을 닫아 어디를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가까운 거리에 베니스해변이 있었고 그곳을 가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나에게는 샌타모니카 해변만 익히 들어 익숙했지 베니스 해변은 생소했다. 그래서 애초에 갈 생각조차 안 했는데 들르지 않았으면 어쩔 번 했겠는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좋았다. 드넓은 해변과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해변가의 가게들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그들 사이에 신기하게도 한국인이 안보였다. 그래서 정말 해외여행을 온 기분도 들었고 마지막날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시작과 같아서 설렜었다. 상의를 탈의한 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 청년들, 길거리에서 흑인 소울 가득 담아 버스킹을 하는 이들, 자전거를 타며 한껏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정말 여유가 느껴졌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다 포토존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를 찍을 수가 없어 그 장소만이라도 기록하기 위해 예쁜 구도를 찾으며 열심히 찍고 있었다.

"Take a picture?"

 '찍어주겠다는 뜻인가?'라는 생각에 뒤돌아 봤더니 동양인 부부가 서있었다. 느낌으로 중국 또는 일본인 같지 않다는 생이 들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외국인이 우리에게 "Are you japanese?"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인종차별의 발언이라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는 것이 예의라고 하는데, 그저 반가운 나머지 한국분이냐고 물어버렸다. 아차! 했지만 다행히도 맞았고 그분들과 서로를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어준 뒤 여쭤보니 베니스에 여행차 들른 미국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재미교포로고 하셨다. 서로 즐거운 시간 보내라 인사를 한 뒤에 그분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두 분의 모습이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손을 꼭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웃으시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상상 속의 부부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외국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두 분만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바라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여행 다니셨으면 좋겠다.

그 분들이 찍어주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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