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일해보신 적 있으세요? 없잖아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의 즐거운 술자리에서 기어코 눈물이 나왔다. 다들 각자의 힘듦이 있었고 우린 그걸 공유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눈이 풀린 남자선배는 나에게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남들에 비해 휴가를 너무 많이 쓰고, 필요한 시기에 없다고 한다. 남들에 비해 휴가를 많이 갈 수는 없는 것이, 사람마다 할당된 연차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너무 억울하고 황당해서 눈물이 흘렀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기어코 억울하고 황당한 나에 대한 소문을 다시 듣게 되었다.
“니는 이기적이야. 니는 휴가를 가서도 안돼. 네가 휴가를 가면 사람들이 싫어해.”
“제가 오래전부터 가겠다고 미리 말을 하고 계획을 한 것인데요?”
“어. 니는 안돼. 니는 배려라는 것이 없어. 미리 휴가를 쓴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말 같지도 않은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가 내 휴가를 쓰는 것이 택도 없는 상황에 쓴 적은 없다. 누구든 일주일 휴가를 쓸 수 있다. 이 부분은 회사에서 장려하는 부분이고 누구든 쓴다. 당연 이 부분은 미리 계획을 하고 서로 조율을 하고 사용한다. 공휴일을 껴서 휴가를 쓴 적도 없다. 공휴일 전 후로는 직장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눈치가 굉장히 보인다. 물론 누군가는 그날에 쓰긴 한다마는. 다만 나는 타인들에 비해 여행을 자주 갔다. 물론 여행을 간다 해도 가장 한가한 금요일을 활용해서 갔다. 이 마저도 많은 이들에게는 아니꼬왔나 보다. 직장이 수익 악화로 인해 힘들 시기에 전 직원에게 회사차원에서 무급휴가를 강요한 적이 있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무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좋았다. 차라리 내가 돈을 덜 받고 길게 쉴 테니 다른 사람들은 눈치 보지 않고 일하면 서로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내가 쉬고 싶은 만큼 쉬면 되고 다른 사람들은 돈을 벌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욕했다고 한다. 내가 자주 놀러 간다는 이유로 말이다. 남들은 무급휴가도 일단 출근을 하고 반차를 쓰는 식으로 쪼개서 쓰는데, 즉 출근은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정말 바쁜 날에 써야 할 때가 있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었고 무릎을 꿇는 기분으로 사죄를 하며 연신 죄송하다 말을 했다. 그 사정을 나중에 말하고 나서는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전에 나의 사정을 모른 상태에서 나를 많이 소문냈다고 한다. 그 소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미 다 해결된 일들임에도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단편적인 상황 이야기만 듣고 나를 욕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들을 불편하게 만든 적은 없다. 앞에서 ‘예스’라고 해도 뒤에서 시기질투하며 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지어내고 퍼뜨리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나도 지나쳤었다.
나름 정신 상담도 받으러 다녔고 기력을 회복하려 무던히 노력했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에너지를 절반 즈음은 찾았고, 대인기피증 증세가 발생해서 힘들었던 사회생활을 겨우 회복하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던 요즘이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지도 못한 채로 나를 세상 죽일 년이라 이야기하는 이 선배의 의도는 ‘니 주도적인 삶을 살아라. 넌 강해져야 한다’는 의도로 나에게 독한 말을 했다고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욕을 먹어야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원칙을 어긴 적도 없었고, 충분한 조율을 하여 일을 진행했었다. 남들이 눈치 보며 쉬고 싶어 하는 날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선배 아니에요, 우린 선배가 어떤 사람인 줄 알잖아요. 그 꼴 같지 않은 사람들이 한 말은 그냥 무시해요. 이 (남자)선배도 원래 술취하면 말을 거칠게 하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