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세상
난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 이동시간에는 거의 책을 읽는데, 버스보다 상대적으로 지하철이 적합하기에 난 매우 만족한다.
내 인생 잠깐의 시간. 핑크 뱃지를 가방에 달고 지하철을 타는 순간들에서 난 참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었다. 배려석으로 구분지어 놓은 핑크색 좌석에 어르신들, 특히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경계에 계신 어르신들께서 앉아계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핑크 뱃지가 나타나면 그제라도 배려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어떤 분들은 아예 눈을 감고 핑크 좌석에 망부석같이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누가 나타나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뿜는듯.
어르신들, 특히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희생이 몸에 배여있다. 자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희생하고 수고하는 것이 우리네 엄마들의 사랑표현 아닐까 생각든다. 가족을 위해 100% 사랑 전부를 소진한 후 귀가하는 지하철안에서의 시간은, 당장 충전기가 필요한 휴대전화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내 안에 에너지가 0이 될 정도로 희생하고 사랑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건지에 대한 질문이 든다.
나를 위해 100% 헌신해 준 엄마를 생각할 때 고마움만이 아닌, 미안함과 답답함이 함께 하기에..
꼭 나의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에너지 10% 정도는 늘 준비해두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따로있지 않고 배려하는 사람, 안하는 사람 따로 있는게 아니다.
내 삶이 여유로우면 웃으면서 배려할 수 있고, 빡빡하게 치이다 보면 배려할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한 것이다.
삶이 고단하더라도 내 스스로 마음의 일부분 여유공간을 확보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확보는 우선순위와 연관되는 것이기에, 나의 의지와 결단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여유주머니가 확보되지 않으면 핑크색 의자에 앉아, 핑크색 뱃지를 보지 않겠다고 굳게 눈을 감아버릴 테니까 말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도 내 온몸의 센서를 360도 회전시켜 레이더망에 잡힌 상대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내가 되고싶다.
회사에서 박터지게 힘들었던 오늘. 힘들고 지친 내 마음은 지하철에서 숨 쉴 공간없이 비좁은 공간처럼 여유없고 답답하기만 했다. 말의 내용만큼 중요한 건 태도인데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만 같은 오늘 하루는 참 힘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타격받지 않는 일부의 마음이 내 안에 존재한다면 좋겠다. 소중한 그 일부분.
핑크 뱃지가 핑크 좌석에 앉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라고, 일반 좌석에도 핑크 뱃지가 앉고,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나아가는 따듯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오늘의 쓴 글은 평소 내가 잘 지키기 때문이 아니라, 잘 해내고 있지 못하기에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하고 결단하기 위함이다. 상대방을 손가락질 할 때 한개의 손가락 반대에는 날 향한 4개의 손가락이 있음을 기억하며, 핑크빛 시간에 배운 교훈을 남이 아닌 내 스스로 삶에 적용해보기로 노력하자.
나 한사람부터의 행동으로 찐한 핑크빛 아름다운 세상이 꼭 도래할것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