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셔서 사실상 친정이 없지만, 큰아버지와 고모댁을 찾아가며 인사드리고 친척오빠들을 만나며 소소한 옛날 이야기들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외가댁은 너무 멀어서 거의 왕래가 끊긴지 벌써 몇십년이 되었다.
아무리 친척들을 만나도 나에게 친정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친정이 안된다는 말이다.
철없이 방황했고 엄마를 힘들게 한 우리아빠의 행실을 나는 욕해도, 친척 오빠가 우리아빠에 관해 안좋은 얘길하면 왜이렇게 내 기분이 상하는지.
나보다 아빠를 더 오래 봐왔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하는거지만, 부아가 차오름을 겨우 참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요즘 폭삭 속았수다를 뒤늦게 정주행하고 있다. 일부러 뒤늦게 시작한 것도 부모님 생각에 너무 많이 울지 않을까 걱정되서였다.
금명이랑 은명이 그들이 힘들때마다 등대가 되어주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때 울면서 "아 진짜 짜증나"라고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마음. 아무리 사랑해도 부모의 사랑을 다 알 수 없는 자식. 그렇게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일찍 떠난 우리 엄마 아빠.
나에게 참 힘든 드라마다.
이사오고 나서 수,금요일은 집 앞 교회에 간다. 내가 다니는 v교회와 같은 교단이지만 목사님 스타일이 꽤나 다르시다.
수요일은 본당이 아닌 교육부서실 같은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더 적은 인원이 모여 참석인원이 한눈에 다 파악된다.
지난번 신랑과 함께 예배를 갔을 때 목사님께서 설교 때 대뜸 신혼부부 같이 보이는데, 곧 새생명을 주실 것이라 믿는다. 이런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살짝의 스트레스를 받고 온 기억이 있다. 그 때 한창 시험관 채취를 위해 배 주사를 매일같이 맞고 있을 때였다.
지난달 시험관 이식을 하고 배 주사시간과 겹쳐 거의 2달 정도 예배 참석을 못하다 오랫만에 오늘 예배에 참석했다.
오늘의 설교는 전도서 말씀. "모든 것에 때가있다." 제목부터 불안했지만 우리를 타겟으로 하신거는 아닐꺼라 생각하며 듣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견디기 힘들정도로 우리 이름을 몇번이나 거론하며 아이를 주실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에 때가있고 포기하지 말라. 등등의 내용을 몇번이나 말씀하시는지 숨이 막힐 정도였다. 겨우 참고 앉아있었다.
안다. 우리 부부를 예뻐해주시고 잘 되면 좋겠는 그 좋은 마음으로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거 안다. 그래도 이렇게 표현하지 말아주시지.
개인적으로 나의 분노포인트는 "억울함"이다. 내 마음과 동기는 그게 아닌데 다르게 비쳐지거나 전달될 때의 그 억울함을 제일 견디기 어려워하고 그걸 꼭 해명하고 싶어하는 나의 성격부분이 있다.
설교의 모든 내용이 마치 내가 다 잘 못하고 있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주신다. 로 들렸다. (사실 지금까지도 화가 식지 않아 예민한거겠지만)
스스로 진정하며 겨우 예배를 마쳤는데, 우리 부부를 부르시더니 한동안 내가 안보여서 임신한 줄 알고 신랑한테 물어보셨다고.
시험관했는데 유산되었다고 들었다. 소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안수 기도를 해주시네. 정말 힘들었다.
이 교회로 옮길 생각이 없는데, 나의 개인적인 일들이 가깝지 않은 관계의 사람들에게 오픈되는 것도 싫고, 나의 삶의 전체를 부정당하는 것 같은, 마치 실패한 것처럼 보며 위로해주시는게 버겁고 힘들었다.
결혼 12년. 3번째 유산이었다.
여하튼, 이 시간이 아프고 힘들지만, 분명 나에게 가장 좋은 길로 허락해주신 주님의 길이라고 나는 분명 믿는다.
당신이 안쓰럽게 보고 위로해주는 이 상황이 나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베스트의 길일수도 있잖아요?!
나도 그 길의 결과를 아직 알지 못해 답답하지만, 믿음으로 보여주신 길 한걸음한걸음 용기있게 나아가려 하는데
많은 상황들에 막힌다. 타인, 가족들까지도.
오직 하나님밖에 나의 위로자가 없음을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아무리 나를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일지라도 나를 완전히 위로해주고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이 불변의 진리를 인정하며 오직 내 마음 나의 주님께만 드려 그 분으로만 위로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