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농도

by 강이

사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건 육체적인 것은 아니다.

아이를 케어하고, 내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퇴근 없는 매일이 반복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어서 익숙해지면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사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건 아이의 성장과정에 대해 나와 같은 마음으로 공감해 줄 상대가 없다는 것.


"오늘 글쎄 수빈이가 뭐랬는 줄 알아?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너무 신기하다니까."

"얘 음치인가 봐. 나는 노래 잘하는데, 이건 당신을 닮은 게 분명해."

"어린이집에서 어떤 남자애가 수빈이한테 계속 장난을 친대. 우리 딸 이쁜 건 알아가지고."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수십 번씩 느끼는 감사하고 벅찬 순간들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뻐해주고, 슬퍼해주고, 안타까워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볼 때면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내 입에서도 감사기도가 절로 나오게 되는 이 사랑의 감정을 동일한 농도로 함께 느껴줄 사람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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