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기가 누구랑 사는지 말하길래, 나도 엄마랑 나, 둘이 산다고 했지. 그랬더니 어떤 남자애가 질문이 있다고 손을 들더라고. '아빠는?' 물어보길래 아빠랑 엄마는 이혼해서 같이 안 산다고 했어!"
그날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첫날이었다. 1학년의 첫날.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첫날.
자기소개 시간을 갖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부모의 이혼 얘기까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할까 봐, 앞으로는 그런 얘기를 담담하게 하지 못하게 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어? 아... 그랬구나. 그랬더니 애들은 뭐래? 선생님은 뭐래?"
"어떤 애들은 입까지 벌리고 놀란 표정이었어. 그래서 선생님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
나는 아이가 기특해서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언뜻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더라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까지 혼자 속앓이를 했을 그 마음이 애처로워서, 그렇게 되기까지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한 게 애가 닳아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괜스레 호들갑을 떨면 이혼이 대수로운 일처럼 비칠까 봐 별 말 하지 않았다. 그저 그랬구나, 잘했네 정도로 내 초조함을 숨겼다.
아이는 그전에도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언젠가 둘이 여름휴가 차 묵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우리 엄마 아빠는 이혼해서 아빠는 미국에 있어요! 그래서 엄마랑 둘이 왔어요!'라고 대뜸 소리쳐서 아침을 준비하던 호스트 분을 적잖이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숨길 이유도 없지만 자랑스럽게 말할 일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가도, 혹여 말의 미묘함을 곡해해 듣고는 이혼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게 될까 걱정되어 아무 말하지 못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당당히 한부모가정인 것을 고백한 당사자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듯했다.
"오늘은 서인이가 엄마랑 아빠는 왜 이혼했냐고 물어봤어!"
"쉬는 시간에 은하가 나한테 '넌 아빠가 싫어?' 물어보더라."
아이도 그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썩 편하지만은 않은 눈치라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그 총알을 대신 맞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악의 없이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인걸 알기에 그 아이들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살면서 같은 질문을 셀 수 없이 받을 내 아이를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미어졌다.
반 전체에게 부모의 이혼을 발표했으니, 몇몇 엄마들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렇다 보니 아이가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그게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어느 날은 쉬는 시간에 혼자 책을 읽었다기에 혹시 이혼 가정이라고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게 괜한 걱정일지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 모른 채 지레 짐작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