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없어'가 아이에게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내 대답은 '아빠는 미국에 있어'로 대체됐다.
아빠는 너무 멀리 있어서 한국에 올 수가 없다고, 그래도 수빈이를 많이 사랑한다고 나름의 각색을 했다.
'아빠랑 엄마는 어떻게 만났어?' '아빠랑 엄마는 왜 같이 안 살아?' 아이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엄마랑 아빠는 대학교 때 만났다고, 결혼을 했지만 함께 있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서 헤어지게 됐다고, 그걸 이혼이라고 한다고, 그러니까 엄마랑 아빠는 이혼을 한 거라고, 혹시 누가 물어보거든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
우리 둘은 헤어졌지만 수빈이로 이어져있기에 둘 다 수빈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네 살 꼬맹이가 내가 한 얘기의 어느 정도를 이해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열심히 설명을 했다.
키즈카페에 가는 차 안에서도, 자려고 나란히 누운 침대 위에서도, 언제고 아이가 질문을 하면 순간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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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빠 없이 크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은 얼추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다음에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궁금해했다.
'아빠 사진은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아빠 키는 커? 얼굴은 동그래?'
그러면 나는 다 버리고 운 좋게(?) 남은 몇 장의 사진을 아이한테 보여줬다.
'에이, 아빠 못생겼어!' 아이는 장난기 어린 눈으로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며 말했다.
아이에게 서랍 한 칸을 내어주며 사진을 여기 둘 테니 아빠 얼굴이 보고 싶을 때는 꺼내봐도 좋다고 말했다.
그 후로 몇 번, 아이가 서랍 앞에 쪼그려 앉아 아빠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아빠 얼굴이 궁금한 자신의 마음이 부끄럽기라도 한 건지 보통 내가 다른 일을 할 때나,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는 그 서랍을 열어보는 듯했다.
그 동그랗게 말린 등과 뽀얀 목덜미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한편이 짓이겨지고 구겨지고 다시 짓이겨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