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목소리는 어떨까? 궁금해.'
대부분의 계단은 단차가 일정하게 설계되어 있다. 우리의 눈과 뇌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기도 전에 그 단차를 계산한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은 각도로 무릎을 구부렸다 펼 수 있게 도와준다.
아빠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아이의 말은 마치 혼자 높이가 다른 계단 같았다.
설계의 문제인지 시공의 문제인지 모르겠는 혼자만 높이가 다른 계단. 그 전과 같은 높이이겠거니 생각하고 발을 내디뎠다가는 쑥- 하고 떨어지는 느낌에 몸이 놀라게 되는 모난 돌 같은 계단.
왜 아빠와 같이 살지 않냐는 질문은, 왜 사랑해서 결혼해 놓고 이혼했냐는 질문은, 아빠의 얼굴이 궁금하다는 부탁은, 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효율적으로 딛고 내려갈 수 있는 일정한 높이의 계단과도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잘못 만들어진 계단을 밟은 것 마냥 쑥-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