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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Five Jan 29. 2023

커피 오마카세를 즐기는 자세

좀 더 나은 품질의 식재료와 이를 다루는 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음식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취향이 생기면서 일명, '오마카세' 서비스의 인기도 높다.

'스시 오마카세'에서 시작하였지만 이 시스템을 적용한, 한 명 당 수 십만 원 대의 '한우 오마카세'가 등장하여 예약하기도 어렵더니 ‘디저트 오마카세', 커피도 오마카세를 하는 하이엔드 커피 전문점이 등장한 지 벌써 몇 년.


커피를 오마카세 한다면 도대체 어떤 경험의 서비스를 제공할까?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이 단어에 따라 서비스 역시 발달한 곳이 일본.

스시야에서 대접받을 메뉴의 종류 및 그 요리 방식을 셰프에게 모두 맡기는 형식의 서비스인데 꽤 오래전부터 일본의 마메야(일본어로 콩가게)에서 세계의 다양한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들을 수집하여 커피 편집샵을 만들어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하여 집에서도 맛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된 원두에 대한 정보를 로스팅 정도, 원산지, 브랜드, 추출법, 커핑 노트 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매트릭스화 하여 커피 구매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 역시 몇 년 전 마메야의 서비스를 경험한 적이 있었고, 한참 커피 공부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라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21년 초 마메야 카케루라고 커피 오마카세를 본격적으로 하는 마메야의 오마카세 전문점이 생겼다. 코로나로 인해 유튜브로 카케루가 제공하는 커피 종류와 베리에이션과  그리고 오마카세 코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코로나가 끝나면 도쿄!라는 여행 계획을 세우며 일본어 회화 책을 펼쳤다.

 

커피 오마카세가 뭐길래…


서울에서도 오마카세를 즐기려 가는 카페가 있다.

그곳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한 번 가게 되면 5~6만 원을 쓰는 건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 그리고 커피를 좋아하는사람들끼리 커피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의 시간이기에 그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커피는 내게 그런존재이다.

서울에도 오마카세를 하는 몇몇의 커피 전문점들이 있지만 내가 선호하는 오마카세 서비스는 전 세계에 스페셜티 원두를 다루는 로스터리카페 브랜드들을 모아 커피를 마시는 취향에 따라 고객이 골라 3~4가지를 몇 시간에 걸쳐 마시면서 바리스타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호텔 라운지에서 마시는 한잔에 2만 원이라는 비싼 커피 한잔보다 더 비싼 커피 한잔을 판매하고 있고,  원두 품종과 브랜드에 따라 코스 가격도 최소 5만 원부터 시작한다.

아침을 깨우는 한잔, 오후에 졸린 눈을 깨우는 또 한잔의 카페인을 흡입한다는 개념에서 본다면 과거 스벅 커피를 즐겨 마시는 여성을 된장녀로 칭했던 시절과 비슷할 수도 있겠으나,

커피를 문화로 여기고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해한다면 비싼 음료 가격으로만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오마카세를 하러 갈 때는 매일 마시는 커피가 지루하고, 나의 커피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남이 만들어 주는 맛있는 커피 한잔을 제대로 마시고 싶은 ‘가심비’가 그곳으로 발길을 향하게 한다.



커피 오마카세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본인이 어떤 커피를 즐겨 마시는지 자신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면 좋다. 굳이 그렇게까지 커피 한잔에 나 자신을 파악해야 할까 싶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한잔의 스타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산미가 있는 것이 좋달지, 아니면 클래식하게 굿 밸런스를 선호한달지, 그것보다 다크로스팅으로 묵직한 맛의 바디감 있는 커피 맛이 취향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도 바리스타와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커피 맛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로스터리카페 브랜드마다 지향하는 커피 맛과 향을 세분화해서 경험할 수 있다. 일대일로 응대하는 바리스타는 커피가 갖고 있는 다양하고 섬세한 풍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력자이다. 더욱이 커피 잔까지도 그 맛에 따라 달리 선택하여 제공하니 그야말로 커피 한잔의 제대로 된 사치를 누리는 시간 그 자체.


몇 주 전에도 그 카페에 다녀왔다. 이번엔 오마카세를 즐기진 않고 어떤 브랜드의 특정 원두를 선택하여 마셨는데,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잔 형태가 다른 두 가지의 컵으로 제공되었다.

잔에 따라 같은 커피도  맛이 달라지며,

볼이 넓은 잔은 입 안에 퍼지면서 들어와 가볍고 화사하게 즐기기에 좋고

볼이 좁은 잔으로 커피를 마시면 혀에 집중적으로 떨어져서 좀 더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번갈아가면서 동일한 원두의 다른 맛을 느껴보라고 한다.


지난번엔 팀 윈들보의 잔들로 제공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또 다른 잔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갈 때마다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영감을 제공해 주려는 서비스의 만족한다. 비싼 한 잔이지만 조만간 또 와야겠다. 커피 한잔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웬 영감일까 싶지만,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생경한 아이디어와 접근법으로 나의 루틴한 일상과 업무 방식에 신선한 자극이 되니까.

그리고 오마카세를 할 정도면 커피에 대한 공부와 스킬은 이미 만랩일 것이기에 잠깐의 시간 비용 지불을 통해 얻게되는 그들의 노하우는 나에게도 공부가 된다. 그야말로 2시간 정도의 커피 원데이 클래스 가격.

물론 이 정도가 되려면 나 역시도 어느 정도 커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기왕이면 좋은 커피를 자주 마셔 나의 미감을 섬세하게 단련시키는 것이 좋다.

어쩌면 ‘오마카세’란 덕후들의 수다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달리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오마카세를 즐기고 싶다면, 잘 모르더라도 일단 나의 관심을 충분히 말할, 수다쟁이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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