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서사로 도시와 눈을 맞추는 법

콘텐츠 덕질이 만든 도쿄라는 컴포트존

by C CODE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서사 수집가입니다.


도시와 처음으로 깊게 눈을 맞췄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시코드의 멤버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시의 서사를 체득해 왔습니다. 뉴욕의 어느 골목, 넷플릭스나 유튜브 브이로그 속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 일상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가 있었습니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매그놀리아 컵케이크를 손에 들고서야, 비로소 화면 너머로만 보던 그 도시의 설렘을 나의 것으로 공유하게 되었죠. 그것은 단순히 디저트를 먹는 행위가 아니라, 뉴욕이라는 거대한 텍스트의 한 페이지를 직접 써 내려가는 경험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속 풍경에 매료되어 상하이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장원’의 옛 골목을 거닐며, 화면 속에서 보았던 상하이의 역동적인 리듬을 나의 일상으로 연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그곳에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상하이가 발산하는 고유한 박동을 몸소 체득했습니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낡은 기찻길 옆에서는 '상실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위로를 배웠고, 프랑스 프로방스의 석조 마을에서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게으르고 다정한 일상'의 힘을 목격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톨스토이가 마지막으로 살던 저택 뒷마당 텃밭에 서서, 백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온 숨결이 나의 평범한 일상 위로 겹쳐지는 찰나를 경험하기도 했죠.

그리고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도쿄로 향합니다. 수십 년간 탐닉해 온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속 풍경들이 현실의 골목으로 치환되는 곳. 낯선 이국어가 어느 순간 나의 언어처럼 선명하게 들리고, 처음 가는 동네조차 익숙한 ‘컴포트 존’이 되어주는 도쿄의 경험은 시코드에게 있어 '도시를 읽는 가장 정교한 훈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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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네이자 빈티지와 카레로 대표되는 시모키타자와의 풍경

© Image source. C.CODE



비일상의 일상화 : 도시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는 기술


텍스트가 공간이 되는 순간 우리가 상하이의 장원을 찾고 도쿄의 이름 없는 골목을 헤매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한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우리가 탐닉해 온 ‘텍스트’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을 느낄 때, 도시는 비로소 ‘내가 주인공인 무대’로 번역됩니다. 낡은 자판기 소리와 전철의 소음이 소음이 아닌 음악으로 들리는 순간, 우리는 그 도시와 비로소 눈을 맞추게 됩니다.


'길들여진 도시'와 '번역된 도시' 자본과 효율이 만든 도시는 우리를 길들입니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걷게 하고, 유행하는 팝업스토어에 줄을 서게 만들죠. 하지만 시코드가 지향하는 도시는 우리가 스스로 ‘번역한 도시’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힙한 곳이 아니라, 내 취향의 주파수와 맞닿은 어느 낡은 책방의 삐걱거리는 문소리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것.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감각으로 도시를 재정의할 때, 도시는 우리에게 진짜 얼굴을 보여줍니다.


비일상의 일상화 : 컴포트 존의 확장 상하이의 리듬이 나의 맥박과 겹치고, 톨스토이의 텃밭에서 평온함을 느낄 때, 비일상적인 서사는 나의 일상적인 감각으로 치환됩니다. 이처럼 낯선 서사를 나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 때,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은 나를 환대하는 ‘컴포트 존(Comfort Zone)’이 됩니다. 이 '번역의 기술'이야말로 시코드가 도시를 여행하고 기록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다시, 진보초로 향하며


낡은 책 냄새와 고요한 정지(停止)를 시코드만의 언어로 다시 한번 번역하여, 여러분의 일상 속으로 다정하게 배달하기 위해 진보초로 떠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헌책방 거리일 뿐인 진보초가, 우리에게는 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사 지구가 되었을까요? 이어지는 아티클들을 통해 시코드가 풀어보는 [다정한 서사지구의 경제학의 비밀]을 발견하세요!


함께 도시의 코드를 읽고, 더 나은 OS를 고민합니다. C.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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